​‘세기의 만남’에 12.6조 빚낸 주식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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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6-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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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7일 국내 주식시장 신용융자액 12조5760억원

  • 코스피 순매수 상위종목 2·3위 현대건설·현대로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건물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가 12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 빚내서 매수한 종목으로는 남북경협주가 많았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신용융자액은 이달 7일 현재 12조57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액수다. 한 달 남짓 만에 신용융자액이 3%가량 늘었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는 주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다.

신용융자로 빌린 자금 가운데 적지 않은 돈이 남북경협주로 흘러들어갔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경협주에 대한 신용융자 비중은 10%에 육박했다. 시장 평균치보다 3.4%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개인 투자자가 이달 8일까지 1개월 동안 가장 많이 산 종목을 봐도 남북경협주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코스피에서 순매수 상위종목 가운데 2·3위는 같은 기간 각각 현대건설·현대로템으로 모두 경협주다. 1위는 액면분할을 실시한 후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코스닥에서도 아난티 같은 경협주에 투자자가 몰렸다.

신용융자액이 연중 최고로 치솟으면서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갑작스럽게 취소한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경협주는 일제히 추락했었다.

얼마 전 거래소가 이례적으로 남북경협주에 대한 분석자료를 내놓은 이유다. 거래소는 63개 남북경협주에 대한 평균 시가총액을 2703억원으로 집계했다. 시장 평균치인 8934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로, 남북경협주가 대부분 소형주라는 얘기다. 63개 경협주는 실적도 나빴다. 올해 1분기에 평균적으로 138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라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 실시하는 6·13 지방선거도 정책 관련주에 대한 관심을 다시 점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협주가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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