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하루' 북·미 정상회담 결전의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양자 회담을 열고 첫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세기의 담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12일 막을 올린다.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합의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지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담의 성패는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최종 '결단'에 좌우될 듯하다. 미국과 북한은 11일에도 싱가포르에서 실무협상을 계속하며 비핵화 의제 조율 및 공동 합의문 도출에 들어갔다.  양측은 이른바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체제안전 보장) 관련 문구에 대해서도 최종 조율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연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오찬 겸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회담이 매우 흥미로우며 아주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장소 등을 제공해준 싱가포르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직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이)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CVID 결단을 내리라"는 우회적 압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을 만난 지) 1분 이내면 (비핵화 진정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며 "그가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백악관 출입기자를 상대로한 브리핑에서 "북한이 CVID에 착수한다면 전례없는 안전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한지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실무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상당히 빨리 진전되고 있다"며 "비핵화가 그들에게 나쁜 결과가 되지 않고 그 반대로 북한 주만들에게 더 밝고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확신을 주기 위해 우리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직 남아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완전히 준비돼 있으며 그 결과물이 성공적일 것으로 낙관한다"고 전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10일 김정은 위원장과도 이스타나에서 양자회담을 열었다. 양측 회담 모습은 현지 언론인 채널뉴스아시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도 11일부터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해외 일정과 의미를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해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40분간 통화를 했다며,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 후 방한하여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들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도록 두 지도자가 서로의 요구를 통 크게 주고받는 담대한 결단을 기대한다"며 "저는 내일 회담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은 오전 9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시작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미·북 정상회담은 통역만 둔 채 단둘이 만나는 단독 회담으로 시작하고, 오후에 참모진이 합류하는 확대 회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