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담판, 비핵화·체제보장 '빅딜'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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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특별취재팀=윤은숙 박은주 강민수 기자
입력 2018-06-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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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VID·CVIG 맞교환 최종 조율 진통…'빅딜'보다 '상징적 합의' 그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트위터에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그는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 이번 회담에 잘 준비돼 있다"며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고 변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의 궁극적인 목표가 북한의 CVID에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크게 다루며,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실현 등을 위한 공동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어찌 보면 북한과 미국 모두 큰 틀에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공감대를 이룬 셈이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그동안 말해온 비핵화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의 비핵화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즉각 폐기하고 핵탄두 등 핵무력을 해외로 반출한 뒤 국제 감시단의 검증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름 아닌 CVID다.

북한의 비핵화는 단계적 조치를 의미한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수준에 따라 제제 완화, 경제 지원, 한국전쟁 종전을 위한 평화조약 체결, 공식 외교관계 수립 등의 보상을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안전보장', 이른바 CVIG를 위한 조치다.

이번 회담이 '빅딜'의 장이 되려면 CVID와 CVIG의 맞교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북한과 미국은 그동안 실무협의 과정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싱가포르에서 합의문 초안 최종 조율을 위한 실무회의에 나섰지만 국면 전환 신호는 포착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입장불변' 발언은 북한의 양보 없이는 빅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차원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큰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상징적인 차원의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이견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상징적인 합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 기대감도 나오지만, 가디언은 중국이 휴전협정의 주체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일방적으로 종전을 선언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후속 회담에서 계속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을 '과정의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후속 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백악관 회견에서 6·12 회담이 성공하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이번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에 가진 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 여부를) 1분 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회담을 오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분' 발언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백악관의 한 관리의 말을 인용,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대일 회담을 위해 2시간을 마련해 뒀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일대일 회담 이후 보좌진이 합류하는 회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빌려 두 정상이 최대 2시간가량 일대일 회담을 한 뒤 보좌진들을 대동하고 1시간가량 회담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리는 미국 측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있는가 하면, 북한이 오랫동안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회담이) 어떻게 전개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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