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롱 퍼터 잡고 LPGA 벽 뛰어 넘은 애니 박

[50번의 도전 끝에 LPGA 우승 트로피를 든 애니 박은 소녀처럼 환하게 웃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재미교포 애니 박(한국명 박보선)이 한국 및 한국계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0승의 주인공이 됐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애니 박은 LPGA투어 50번째 출전 대회 만에 정상에 섰다.

애니 박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탁턴 시뷰 호텔 앤드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 8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6언더파 197타를 적어낸 애니 박은 요코미네 사쿠라(일본)를 1타 차로 제치고 감격적인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하며 상금 26만2500달러(약 2억8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애니 박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1학년이었던 2013년 전미 대학선수권(NCAA) 디비전 1 개인전 타이틀을 따내며 USC를 정상에 올려놨다. 2015년 프로로 전향해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던 애미 박은 2016년 LPGA 투어에 진출했다.

거침없이 전진했지만 LPGA의 벽은 높았다. 2016년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공동 6위에 올랐지만 25개 대회 중 15대회에서 컷 탈락하며 상금 순위 82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허리 부상 등이 겹치면서 상금 순위 127위까지 떨어졌고, 이번 시즌에는 풀 시드를 잃고 2부 투어를 병행해야 했다.

월요 예선을 거쳐 출전한 4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공동 18위에 오르며 시드 자격을 향상시켰고,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을 일궈내며 풀시드를 회복했다. 힘든 순간 주위 사람들의 믿음은 큰 힘을 줬다. 애니 박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숍라이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애니 박은 긴 거리 퍼트를 여러 차례 성공시키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1월부터 롱 퍼터로 바꿨 애니 박은 "처음에는 퍼터가 길고 무거워서 적응에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그녀를 다시 날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