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2018.6.12), 관객수 336만명을 넘어섰다. 세계 최초 국내 개봉 닷새만의 일이다. 국내버전 영화가 해외버전보다 40여초 짧아 가위질(잔혹한 장면 일부)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거센 흥행의 기세가 꺾이지는 않았다. 3가지 뷰포인트를 중심으로, 영화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2018), 후안 안토니오 바요니 감독
#뷰포인트1 - 얼어죽은 공룡과 불에 타죽은 공룡···빙하와 화산의 알레고리
과테말라 화산 폭발 기사가 톱으로 나오는 휴대폰을 껐다. 영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이어, 또다른 화산 분화구가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기에, 지구촌의 공포가 점증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무너진 왕국)'의 배경이 화산이라 섬뜩한 '병치(juxtaposition)]였다.
공룡들의 서식지인 쥬라기 공원이 화산 활성화로 인해 불지옥이 되는 상황이다. 이 장면이 흥미로운 것은, 공룡 멸망을 불렀다는 빙하기와 정확하게 대비되는 '멸종'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쥬라기는 1억8천만년 전부터 1억3500만년전까지의 시기로 중생대 2기다. 쥬라기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시기 화석이 발견된 것이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의 쥬라 산맥인 까닭이다.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들은 대부분 백악기(쥬라기 끝- 6500만년전)의 동물이다. 백악기가 끝난지 100만년 뒤에 공룡들이 멸종했다. 그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알 수 없고, 다만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6600만년전으로 잡는다)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해 갑작스런 혹한이 찾아와 동물들을 멸종시킨 것으로 추측한다.
▷소행성 충돌에 의해 공룡 멸종?
빙하기는 대개 주기적으로 지구를 덮쳤다고 한다. 최근의 빙하는 4천만년 전에 시작되어, 현재도 그 와중으로 간빙기(얼음이 잠깐 녹은 기간)다. 공룡이 빙하기 때문에 죽었다는 짐작은, 시기상으로 좀 맞지 않는다. 공룡 멸종기와 빙하기 시작이 약 2600만년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소행성 충돌설이란 변수를 넣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시기는 그렇더라도 공룡이 얼어죽었다는 건 일치하는 추측이다. 그런 점에서 쥬라기 공원이 화산이라는 재앙으로 무너져 내려앉는 장면은 역설적이다. 이번엔 타죽는 방식의 멸종 위기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오래전 얼려죽인 생명을 인간이 다시 살려낸 문제상황을 신은 저 불의 검으로 바로잡으려 한 것일까.
영화는 내내 용암이 분출하고 불길이 타오르는 화산의 장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텔레비전의 많은 뉴스들은 하와이와 과테말라 등 곳곳의 화산이 인간의 마을까지 덮치는 참극을 비춘다. 공룡의 영화와 인간의 현실은 마치 한 풍경처럼 넘나든다. 이러니 타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공룡들의 절규는, 마치 인류의 심판날을 연상시킨다. 참혹하고 비창(悲愴)하다.
#뷰포인트2 - 유전자와의 전쟁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쥬라기공원 영화 원작의 오마주라고 한다. 시리즈가 다양하게 진척된 즈음에, 이 작품의 시작을 돌아보며 새롭게 음미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얘기렷다.
백악기에 얼어죽은 공룡이 이 시대에 다시 부활하는 것은 유전자 기술 덕분이다. 호박(瑚珀) 속에 갇힌 모기의 피로부터 공룡의 유전자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호박은 소나무의 수액인 송진이 뭉쳐서 굳어진 것이다. 쥬라기 시대의 모기 한 마리가 공룡의 피를 빤 뒤 소나무 밑을 날다가 재수없게도 송진에 넘어졌고 그 점액질에 버둥거리다가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송진은 5000만년 뒤 호박이라는 황색 보석이 되었고, 모기는 그 속에 그대로 화석이 되어 있었다.
모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기가 빨아들인 혈액의 주인이 공룡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혈액의 DNA를 채취해 현대의 유전자 복제 기술로 공룡을 부활시킨다는 것이, 소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상상력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DNA 염기서열 중 비어있는 부분은 개구리 유전자로 채웠다는 대목이다. 이른바 개구리처럼 뛰어오르고 달라붙고 움직이는 모양새는 모두 이걸 의식한 동작들이다. 최근 연구로, 공룡이 파충류가 아니었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가고 있다. 닭과 타조에 계통발생학적으로 가까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룡에는 깃털이 달려있었을 거라는(화석에는 깃털자국이 있다) 추측도 있다.
▷인간, 살아남은 자의 여유
진화론은 공룡과 인간이 결코 동시대에 만날 수 없는 존재이도록 짜여져 있었던 셈이지만, 인간의 기술이 진화론을 보기좋게 파괴해버린 경우다. 물론 소설일 뿐이다. 현실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과연 인간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 소행성 충돌 같은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공룡이 살아 남았다면? 그동안 진화를 거듭해 고도의 지능을 지니게된 공룡들이 인간 화석의 DNA를 추출하는 영화를 만들어, 이게 있을 법이나 한 일이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공룡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쥬라기공원은, 진화게임에서 살아남은 자가 펼쳐놓은 하염없는 '여유'같은 것이 아닐까. 백악기 때 사라진 거대한 짐승과 이후에 진화를 거듭해 자연을 '거의' 정복해버린 인간이 동거하는 문제를 다루며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말이다. 호박 속의, 모기 속의, 피로 부활하는, 공룡이라는, 우연의 고리를 타고 2종의 동물이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만큼 미미하지만, 그 확률이 성공했다고 전제할 경우 생겨날 수 있는 이야기 가지는 다시 무한대로 진화할 수 있다. 이게 쥬라기 공룡의 묘미다.
▷결국 인간의 복제를 묻는 영화
이쯤에서 물어보자. 유전자를 복제하는 일은 옳은가? 공룡의 유전자를 복제해 뼛조각이 아닌 생물로 부활시키는 일은 정당한가? 고개를 흔들거나 말거나, 어리석은 질문 같아 보이는 건 확실하다. 다만, 우리가 이 질문을 받으며 염두에 두는 것은 공룡이 아니라, 다른 DNA도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
공룡을 복제하는 것이, 저 제목처럼 '공원'을 만들어 구경하면서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룡의 생태계를 부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리 하에 이용하며 즐기는 피조물 노예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동물원이 원래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인간이 굳이 '없어진' 동물을 다시 만들어 즐긴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블루는 진짜 착한 공룡인가
생명복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죄책감은 이 영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기류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공룡 '블루'는, 영화가 창조한 이른 바 '착한 공룡'이다. 여기서 착하다는 개념은 순전히 인간의 관점에서일 뿐이며, 공룡의 본성에서 보자면 일종의 환경적 진화일 가능성이 있다. 늑대와 개의 관계처럼 말이다. 이 공룡은 위기에 처한 주인공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비슷한 형상의 생명체인 공룡들을 용감하게 공격한다. 신대륙에 상륙한 유럽정복자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인디언 부족을 연상케 하는, 공룡과 인간 사이의 '간존재(間存在)가 생겨나면서, 공룡에 대한 적대감과 이종(異種)의식을 완화한다.
블루는 그러나, 인간에게 다시 이용되는 피조물일 뿐이다. 그의 DNA는 말 잘 듣는 전투공룡을 만드는데 쓰여진다. 블루처럼 스스로의 공감능력으로 인간에 대한 유대감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명령과 복종의 관계로 말 잘 듣는 괴물공룡 말이다. 이 또한 복제인간의 위험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상상케 하는 풍자라 할 수 있다.
영화에는 진짜 복제인간이 등장한다. 박사의 딸 메이지 록우드다. 복제 공룡을 인간세계로 풀어버리는 것은 이 소녀다. 그녀는 철창의 문을 여는 버턴을 누르며 이렇게 말한다.
"다 살아있는 생명이잖아요? 나처럼!"
# 뷰포인트3 - 모든 생명이 귀한가, 인간 안전이 귀한가
'쥬라기 공원'으로 시작한 영화가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진입한 것은, 인간과 공룡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다. 공원 속에 갇힌 공룡은, 인간의 안전 관리 하에 놓여진 눈요깃거리를 위한 존재다. 공룡이 지닌 어마어마한 '완력'과 그것을 더 아슬아슬하게 활용하려는 인간의 탐욕은, 공룡을 결국 공원 바깥으로 나오게 만든다.
쥬라기 월드는, 공룡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쥬라기 정글 속에 인간이 놓여지게 하는 장치다. 쥬라기 공원 속에선 인간이 엄연한 갑이었지만, 쥬라기 월드로 나오면 인간과 공룡은 정글의 패권자를 가려야 하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쥬라기 공원은 '격리 사회', 쥬라기 월드는 '동거 정글'
이런 과정은, '생명복제'라는 유전자 기술에 대한 비판으로 출발한 영화가 당도할 수 밖에 없는 논리적 귀결일지도 모른다. '폴른 킹덤'의 마지막 대사는 그것을 의미한다. "쥬라기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곧 나올, '쥬라기 월드 3'이 무엇을 펼쳐놓을지 쉽게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2018), 후안 안토니오 바요니 감독
#뷰포인트1 - 얼어죽은 공룡과 불에 타죽은 공룡···빙하와 화산의 알레고리
과테말라 화산 폭발 기사가 톱으로 나오는 휴대폰을 껐다. 영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이어, 또다른 화산 분화구가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기에, 지구촌의 공포가 점증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무너진 왕국)'의 배경이 화산이라 섬뜩한 '병치(juxtaposition)]였다.
공룡들의 서식지인 쥬라기 공원이 화산 활성화로 인해 불지옥이 되는 상황이다. 이 장면이 흥미로운 것은, 공룡 멸망을 불렀다는 빙하기와 정확하게 대비되는 '멸종'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쥬라기는 1억8천만년 전부터 1억3500만년전까지의 시기로 중생대 2기다. 쥬라기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 시기 화석이 발견된 것이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의 쥬라 산맥인 까닭이다.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들은 대부분 백악기(쥬라기 끝- 6500만년전)의 동물이다. 백악기가 끝난지 100만년 뒤에 공룡들이 멸종했다. 그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알 수 없고, 다만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6600만년전으로 잡는다) 지구의 기후가 급격히 변화해 갑작스런 혹한이 찾아와 동물들을 멸종시킨 것으로 추측한다.
▷소행성 충돌에 의해 공룡 멸종?
빙하기는 대개 주기적으로 지구를 덮쳤다고 한다. 최근의 빙하는 4천만년 전에 시작되어, 현재도 그 와중으로 간빙기(얼음이 잠깐 녹은 기간)다. 공룡이 빙하기 때문에 죽었다는 짐작은, 시기상으로 좀 맞지 않는다. 공룡 멸종기와 빙하기 시작이 약 2600만년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마도 소행성 충돌설이란 변수를 넣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시기는 그렇더라도 공룡이 얼어죽었다는 건 일치하는 추측이다. 그런 점에서 쥬라기 공원이 화산이라는 재앙으로 무너져 내려앉는 장면은 역설적이다. 이번엔 타죽는 방식의 멸종 위기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오래전 얼려죽인 생명을 인간이 다시 살려낸 문제상황을 신은 저 불의 검으로 바로잡으려 한 것일까.
영화는 내내 용암이 분출하고 불길이 타오르는 화산의 장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텔레비전의 많은 뉴스들은 하와이와 과테말라 등 곳곳의 화산이 인간의 마을까지 덮치는 참극을 비춘다. 공룡의 영화와 인간의 현실은 마치 한 풍경처럼 넘나든다. 이러니 타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공룡들의 절규는, 마치 인류의 심판날을 연상시킨다. 참혹하고 비창(悲愴)하다.
#뷰포인트2 - 유전자와의 전쟁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쥬라기공원 영화 원작의 오마주라고 한다. 시리즈가 다양하게 진척된 즈음에, 이 작품의 시작을 돌아보며 새롭게 음미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는 얘기렷다.
백악기에 얼어죽은 공룡이 이 시대에 다시 부활하는 것은 유전자 기술 덕분이다. 호박(瑚珀) 속에 갇힌 모기의 피로부터 공룡의 유전자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호박은 소나무의 수액인 송진이 뭉쳐서 굳어진 것이다. 쥬라기 시대의 모기 한 마리가 공룡의 피를 빤 뒤 소나무 밑을 날다가 재수없게도 송진에 넘어졌고 그 점액질에 버둥거리다가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송진은 5000만년 뒤 호박이라는 황색 보석이 되었고, 모기는 그 속에 그대로 화석이 되어 있었다.
모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기가 빨아들인 혈액의 주인이 공룡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 혈액의 DNA를 채취해 현대의 유전자 복제 기술로 공룡을 부활시킨다는 것이, 소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상상력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DNA 염기서열 중 비어있는 부분은 개구리 유전자로 채웠다는 대목이다. 이른바 개구리처럼 뛰어오르고 달라붙고 움직이는 모양새는 모두 이걸 의식한 동작들이다. 최근 연구로, 공룡이 파충류가 아니었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가고 있다. 닭과 타조에 계통발생학적으로 가까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룡에는 깃털이 달려있었을 거라는(화석에는 깃털자국이 있다) 추측도 있다.
▷인간, 살아남은 자의 여유
진화론은 공룡과 인간이 결코 동시대에 만날 수 없는 존재이도록 짜여져 있었던 셈이지만, 인간의 기술이 진화론을 보기좋게 파괴해버린 경우다. 물론 소설일 뿐이다. 현실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과연 인간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 소행성 충돌 같은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공룡이 살아 남았다면? 그동안 진화를 거듭해 고도의 지능을 지니게된 공룡들이 인간 화석의 DNA를 추출하는 영화를 만들어, 이게 있을 법이나 한 일이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공룡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쥬라기공원은, 진화게임에서 살아남은 자가 펼쳐놓은 하염없는 '여유'같은 것이 아닐까. 백악기 때 사라진 거대한 짐승과 이후에 진화를 거듭해 자연을 '거의' 정복해버린 인간이 동거하는 문제를 다루며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말이다. 호박 속의, 모기 속의, 피로 부활하는, 공룡이라는, 우연의 고리를 타고 2종의 동물이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만큼 미미하지만, 그 확률이 성공했다고 전제할 경우 생겨날 수 있는 이야기 가지는 다시 무한대로 진화할 수 있다. 이게 쥬라기 공룡의 묘미다.
▷결국 인간의 복제를 묻는 영화
이쯤에서 물어보자. 유전자를 복제하는 일은 옳은가? 공룡의 유전자를 복제해 뼛조각이 아닌 생물로 부활시키는 일은 정당한가? 고개를 흔들거나 말거나, 어리석은 질문 같아 보이는 건 확실하다. 다만, 우리가 이 질문을 받으며 염두에 두는 것은 공룡이 아니라, 다른 DNA도 복제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
공룡을 복제하는 것이, 저 제목처럼 '공원'을 만들어 구경하면서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룡의 생태계를 부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리 하에 이용하며 즐기는 피조물 노예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동물원이 원래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인간이 굳이 '없어진' 동물을 다시 만들어 즐긴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블루는 진짜 착한 공룡인가
생명복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죄책감은 이 영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기류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공룡 '블루'는, 영화가 창조한 이른 바 '착한 공룡'이다. 여기서 착하다는 개념은 순전히 인간의 관점에서일 뿐이며, 공룡의 본성에서 보자면 일종의 환경적 진화일 가능성이 있다. 늑대와 개의 관계처럼 말이다. 이 공룡은 위기에 처한 주인공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비슷한 형상의 생명체인 공룡들을 용감하게 공격한다. 신대륙에 상륙한 유럽정복자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인디언 부족을 연상케 하는, 공룡과 인간 사이의 '간존재(間存在)가 생겨나면서, 공룡에 대한 적대감과 이종(異種)의식을 완화한다.
블루는 그러나, 인간에게 다시 이용되는 피조물일 뿐이다. 그의 DNA는 말 잘 듣는 전투공룡을 만드는데 쓰여진다. 블루처럼 스스로의 공감능력으로 인간에 대한 유대감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명령과 복종의 관계로 말 잘 듣는 괴물공룡 말이다. 이 또한 복제인간의 위험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상상케 하는 풍자라 할 수 있다.
영화에는 진짜 복제인간이 등장한다. 박사의 딸 메이지 록우드다. 복제 공룡을 인간세계로 풀어버리는 것은 이 소녀다. 그녀는 철창의 문을 여는 버턴을 누르며 이렇게 말한다.
"다 살아있는 생명이잖아요? 나처럼!"
# 뷰포인트3 - 모든 생명이 귀한가, 인간 안전이 귀한가
'쥬라기 공원'으로 시작한 영화가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진입한 것은, 인간과 공룡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다. 공원 속에 갇힌 공룡은, 인간의 안전 관리 하에 놓여진 눈요깃거리를 위한 존재다. 공룡이 지닌 어마어마한 '완력'과 그것을 더 아슬아슬하게 활용하려는 인간의 탐욕은, 공룡을 결국 공원 바깥으로 나오게 만든다.
쥬라기 월드는, 공룡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쥬라기 정글 속에 인간이 놓여지게 하는 장치다. 쥬라기 공원 속에선 인간이 엄연한 갑이었지만, 쥬라기 월드로 나오면 인간과 공룡은 정글의 패권자를 가려야 하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쥬라기 공원은 '격리 사회', 쥬라기 월드는 '동거 정글'
이런 과정은, '생명복제'라는 유전자 기술에 대한 비판으로 출발한 영화가 당도할 수 밖에 없는 논리적 귀결일지도 모른다. '폴른 킹덤'의 마지막 대사는 그것을 의미한다. "쥬라기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곧 나올, '쥬라기 월드 3'이 무엇을 펼쳐놓을지 쉽게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간이 재창조한 공룡이 다시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 혹한이 아니라 화산폭발에 의한 재앙이다. 이때 여론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생명 복제 행위로 생겨난 공룡이니 천재(天災)에 의해 죽는 것을 굳이 챙길 필요가 있느냐는 관점일 것이고, 이미 생겨났으면 그것 또한 생명인 만큼 구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일 것이다. 영화를 주도하는 관점은 '생명'의 관점이다. 공룡을 구하는 쪽은 '착한 인류'로 묘사된다.
▷ 이 대목에서 왜 공자가 생각나는가
생명을 복제한 인간의 행위가 비록 '나쁨'이라 할지라도 이미 생겨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인간적인 '옳음'이라는 논리는 옳은가. 그 논리는 클레어가 전남편 오웬을 설득시키는 장치이고, 마지막에 소녀 메이지가 공룡들을 가스 질식사에서 풀어주는 논리로도 쓰인다.
동양의 공자는, 우물로 기어들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아, 저래선 안되지'라고 구하려는 마음을 인간의 핵심 본성으로 파악했다. 측은지심이다. 생명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행위는 공자 당대에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그것을 악으로 간주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와 함께 인간이 재창조한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이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구하는 일을 선(善)이라고 여겼을지도 알 수 없다. '생명'에 대한 정의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감정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복잡한 매력과 회의감의 실체다.
공룡의 원형질을 지닌 포악한 생명은 죽어도 되고, 인간에게 순치될만한 생명은 살려야 한다는 잣대 또한 이성적인 분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인간의 위험을 줄이는 것보다, 공룡을 살리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말하는 것 또한 이 영화 바깥으로 나오면 난감해지는 주장이다.
공룡과 인간이 수천만년을 넘어 공생하게 된 세계를 목도할 때, 뜻밖에도 우리는 유전자 복제 인간이나 지능이 향상된 AI로봇과의 공존으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미래를 '공룡'으로 번역해 읽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나까지 논평을 할 필요가 있으랴
영화에 대한 품평은 굳이 하고 싶지 않지만, 영화관을 빠져 나오며 분노와 실망의 얼굴을 하던 관객들을 위해서, 립서비스는 해야만 할 것 같다. 팬들에게는 '폴른 킹덤'이 아니라 '폴른 팬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기대감이 너무 높았다고 말하기에는,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개연성에서 허점이 많이 보인다. 정해진 이야기를 몰아가야 하다 보니, 캐릭터를 살려줄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주인공인 오웬 그래디(크리스 프랫 역)와 아역인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써먼)가 그렇다. 상황에 따라 너무나 강한 인간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연약하고 소심한 존재로 변하는 기복이 심하다. 잦은 복제로, 제작자도 관객도 캐릭터에 대한 기시감에 시달리는 것일까.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 이 대목에서 왜 공자가 생각나는가
생명을 복제한 인간의 행위가 비록 '나쁨'이라 할지라도 이미 생겨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인간적인 '옳음'이라는 논리는 옳은가. 그 논리는 클레어가 전남편 오웬을 설득시키는 장치이고, 마지막에 소녀 메이지가 공룡들을 가스 질식사에서 풀어주는 논리로도 쓰인다.
동양의 공자는, 우물로 기어들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아, 저래선 안되지'라고 구하려는 마음을 인간의 핵심 본성으로 파악했다. 측은지심이다. 생명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행위는 공자 당대에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그것을 악으로 간주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와 함께 인간이 재창조한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이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구하는 일을 선(善)이라고 여겼을지도 알 수 없다. '생명'에 대한 정의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감정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복잡한 매력과 회의감의 실체다.
공룡의 원형질을 지닌 포악한 생명은 죽어도 되고, 인간에게 순치될만한 생명은 살려야 한다는 잣대 또한 이성적인 분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인간의 위험을 줄이는 것보다, 공룡을 살리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말하는 것 또한 이 영화 바깥으로 나오면 난감해지는 주장이다.
공룡과 인간이 수천만년을 넘어 공생하게 된 세계를 목도할 때, 뜻밖에도 우리는 유전자 복제 인간이나 지능이 향상된 AI로봇과의 공존으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미래를 '공룡'으로 번역해 읽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나까지 논평을 할 필요가 있으랴
영화에 대한 품평은 굳이 하고 싶지 않지만, 영화관을 빠져 나오며 분노와 실망의 얼굴을 하던 관객들을 위해서, 립서비스는 해야만 할 것 같다. 팬들에게는 '폴른 킹덤'이 아니라 '폴른 팬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기대감이 너무 높았다고 말하기에는,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개연성에서 허점이 많이 보인다. 정해진 이야기를 몰아가야 하다 보니, 캐릭터를 살려줄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주인공인 오웬 그래디(크리스 프랫 역)와 아역인 메이지 록우드(이사벨라 써먼)가 그렇다. 상황에 따라 너무나 강한 인간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연약하고 소심한 존재로 변하는 기복이 심하다. 잦은 복제로, 제작자도 관객도 캐릭터에 대한 기시감에 시달리는 것일까.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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