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탐정2' 권상우 "망가지는 연기? '총각'이었다면 못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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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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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강대만 역을 열연한 배우 권상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저 스스로 ‘현명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저를 내려놓고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멋진 역할을 해야지’라는 식이었는데, 이제 솔직히 멋진 건 다 해봤잖아요. 변화를 줄 때가 됐죠. 그러다 ‘탐정’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고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이 들었어요.”

한때는 남자들의 ‘로망’이었던 배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시작으로 ‘청춘만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숙명’, ‘포화속으로’ 등에 이르기까지 배우 권상우(42)는 소위 말하는 멋진 역할을 도맡아왔다. 그러나 “멋진 역할은 생명도 짧기”에, 권상우는 천천히 긴 호흡으로 작품과 캐릭터를 돌아보기로 했다.

바로 그때, 권상우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이었다. 그는 한층 더 유연하고 능청스러워졌고 관객들은 권상우의 변화에 신선함을 느꼈다. 이 여세를 몰아 13일 영화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가 개봉한다. 셜록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 분)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가 탐정사무소를 개업, 전직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 분)를 영입해 사건을 파헤치는 이번 시리즈는 권상우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가 와요. 예전에는 ‘멋있는 역할을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솔직히 이제 저는 (멋진 역할은) 다 해봤고 변화를 줘야 하는 지점에 이르렀어요. 시나리오도 예전보다 마음에 드는 게 많이 안 들어오는데, ‘탐정’을 만나게 됐었죠. 모래사장에서 진주 찾은 느낌이랄까? 변화를 준다면 재밌게 가는 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2편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는 ‘탐정’ 시리즈가 제 배우 인생의 일부가 되어 최대한 오래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강대만 역을 열연한 배우 권상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상우의 바람처럼 ‘탐정’은 일찍이 시리즈화를 결정, 강대만이라는 캐릭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속편이 나온 것 자체가 영광스러워요. 사실 2편을 만들기에는 ‘더 비기닝’ 스코어가 쑥스럽잖아요. 이번 시리즈로 전작을 뛰어넘어야 하니까. 기대도 크고, 부담도 크죠. 속편이니까 속 편하게 ‘더 비기닝’을 넘을 수 있길 바라요. 하하하.”

1편을 찍는 동안에도 “우리 10편까지 찍어보자”고 말할 정도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는 ‘탐정’ 팀. 특히 권상우는 “성동일과는 이미 가족 같은 사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확실히 그냥 동료는 아니에요. 매니저들끼리도 친하고 가족들이랑도 친하니까요. 제가 지금 찍고 있는 영화에도 성동일 선배님이 나오세요. 어느 정도 분량이 있는데 제가 부탁하니 흔쾌히 (출연) 해주셨어요. 뭐랄까 선배님과는 인생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요. 매일 붙어살 수는 없지만 ‘탐정’과 또 다른 작품들로 계속해서 인연을 맺고 싶어요.”

전편에 이어 함께 호흡을 맞춘 건 성동일만이 아니었다. 강대만의 아내 미옥 역의 서영희 역시 두 번째 호흡.

“이 자리를 빌려 영희 씨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분량이 많지 않지만, 존재감은 상당하잖아요. 연기를 잘하는 건 물론이고 몸을 상당히 잘 쓰는 배우예요. 극 중 아들이 납치될 때 몸을 날리는 연기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진짜 대만이 아내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함께 촬영하면서 키득키득 많이 웃었죠.”

지난 작품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배우들도 많았지만, ‘탐정: 리턴즈’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인물들도 있었다. 바로 여치 역의 이광수와 메가폰을 잡은 이언희 감독이다.

“광수 씨와의 호흡에는 버퍼링이 없었어요. 성동일 선배님께 그 친구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낯설지 않았고 처음 만났을 때 인성이 좋다는 느낌이 들어서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예능프로그램 ‘런닝맨’과는 달라요. 오히려 ‘런닝맨’에서 더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 실제로는 조용하고 생각 많은 친구예요.”

그렇다면 이언희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더 비기닝’의 김정훈과 다른 결을 가진 이언희 감독인 만큼 새롭게 호흡을 맞춘 소감이 궁금했다.

“김정훈 감독님이 ‘탐정’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언희 감독님은 방향을 만드신 것 같아요. 사실 이언희 감독님의 전작이 ‘탐정’과는 전혀 다른 색깔이잖아요. 거기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영화의 속편을 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감독님은 방향을 알고 합류하셨고 웃음을 주겠다는 목표로 들어오셔서 깔끔하게 해내신 것 같아요.”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강대만 역을 열연한 배우 권상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권상우는 이전과 다른 면모들을 보여주며 ‘변화’를 알렸다. 그는 “총각이었다면 못했을 것”이라며, 결혼으로 인해 연기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인정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제가 손태영 씨와 결혼 했고, 애 아빠라는 걸 다 알잖아요. 사람들은 제가 애 아빠로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할 거예요. 그런 걸 ‘상상으로라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들면서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 있고 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세상이 편해지고 영화판에서도 점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흐름을 읽고 변화를 인정하며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배우. 권상우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저도 이제 한국 나이로 43살이에요. ‘권상우의 유효기간이 얼마일까?’ 고민해봤는데 잘해봐야 6~7년 정도일 것 같더라고요. 그 정도면 우리 아들, 딸들도 세상 돌아가는 걸 다 알 나이잖아요. 지금도 아빠 일을 이해하고 뿌듯해하는데. 정년퇴임을 앞둔 마음으로 멋진 남편, 멋진 아빠가 될 수 있게 열심히 일하려고요.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영화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고요. 그게 지금 저의 목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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