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의 일간지인 애플데일리(蘋果日報)는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실시간 업데이트로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애플데일리는 국제정치 전문가들 발언을 인용해 “대부분의 회담 내용이 예상 가능한 것으로 깊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재자(김정은)가 평화회담을 한 번 했다고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냈다.
홍콩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회담 당일 저녁 인터넷판 헤드라인으로 북·미 공동선언 내용 전문과 한국과 중국 등 북·미 양국을 둘러싼 국가들의 반응을 상세히 소개했다.
SCMP는 베아트리스 핀 핵무기 폐지 국제캠페인 이사 발언을 인용, “북·미 양국은 (이번 공동성명처럼) 실체 없는 협의가 아닌 국제법과 핵 확산 금지 조약에 근거한 실제 문서에 서명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무기 포기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북·미회담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4대 요소로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동의 여부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의 유무 △미국의 북한 안정 보장 해법 △미국의 경제적 지원 등을 꼽았다.
특히 명보는 이번 회담에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동행한 것을 언급하며 “1970년대 미·중 간의 ‘핑퐁외교’처럼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를 활성화해 외교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계획”이라는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북·미 양국 정상이 이번 회담으로 얻은 외교·정치적 성과는 물론 한국, 중국 등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사도 연이어 등장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형 중국어 뉴스 채널 봉황망(鳳凰網)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한이 얻어낸 것이 상당히 크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싱가포르까지 가서 주요 2개국(G2) 중 하나인 미국의 대통령과 대등한 자리에 앉아 회담을 진행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승리일 것”이라며 “세계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북한을 정상국가화(化)하겠다’는 그의 염원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또한 큰 성과”라고 전했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얻는 성과에 대해선 “이란 문제, G7과의 마찰 등 외교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접점’을 마련함으로써 자신의 (외교) 능력을 보여준 좋은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싱타오데일리(星島日報)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핵실험과 한·미연합훈련의 동시 중단하는 ‘쌍중단(雙暫停)’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은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큰 ‘외교적 선물’”이라고 해석했다.
동방일보(東方日報)는 회담 결과 갈무리를 통해 “트럼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과도하게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며 “사실 트럼프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의 남은 임기인) 2~3년 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해 연임이 가능할 정도의 정치적 자산을 얻으면 그 자체로 이미 커다란 승리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홍콩 경제일보(經濟日報)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국·중국·일본)’과 ‘동북아 자유무역협정(FTA)’의 실현에도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경제일보는 “핵무기를 포기한 북한이 한·중·일이라는 무역 파트너를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세안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의 경제 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현재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가 더욱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의미를 가지는 구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를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가하며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로 인해)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압력을 직접 맞닥뜨리게 됐지만, 경제적으로는 동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에서 갖는 핵심적 위치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