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최대 부자 리카싱(李嘉誠)의 후계자인 빅터 리(李澤鉅)가 지난달 청쿵(長江)그룹 회장으로 데뷔한 지 한 달여 만에 10조6000억원 규모의 해외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청쿵그룹 계열사가 최근 호주 에너지 인프라기업인 APA그룹을 129억7900만 호주달러(약 10조62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홍콩 명보(明報)가 14일 보도했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청쿵그룹이 호주 천연가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청쿵그룹은 APA 측에 주당 11호주달러에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이는 M&A 발표 전인 1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거래소에 상장된 APA 종가에서 33%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APA 이사회는 이번 M&A가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APA 지분 16.1%를 보유한 최대 주주 유니수퍼(Unisuper)는 이미 이번 M&A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APA그룹은 현재 호주 현지에서 1만5148㎞ 길이의 파이프라인, 2만8600㎞가 넘는 가스수송망, 244㎞ 길이의 고압전력수송망을 운영하고 있다. 산하에 가스 사용자만 140만명에 달하며, 전력발전량이 585MW(메가와트)에 달하는 거대 에너지 인프라 회사다.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모든 에너지 사업을 아우르는데다가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다만 이번 M&A는 청쿵그룹 이사회를 비롯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와 경쟁소비자위원회(ACCC) 심사를 통과해야만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류야한(劉雅瀚) 교통은행 국제연구집행이사는 APA 인수로 청쿵그룹 연간 투자수익률이 4%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청쿵그룹의 APA인수는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가져와 청쿵그룹 주주 배당금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빅터 리 회장이 아버지 리카싱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은 지 한달여 만에 처음 시도하는 이번 M&A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M&A를 잘 마무리하면 빅터 리 회장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빅터 리는 21세 되던 1985년 청쿵그룹 일반 사무직에서 시작해 집행이사, 부주석, 이사총경리 등을 역임하며 경영에 참여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벌인 투자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며 2003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에도 꼽혔다. 앞서 리카싱 전 회장은 "지난 33년간 내 옆에서 일하는 걸 지켜봤다"며 빅터 리가 그룹 경영을 잘 이끌어갈 거라는 데 충만한 자신감을 보였다.
청쿵그룹은 그동안 해외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공격적인 M&A를 전개해왔다. 현재 청쿵그룹은 영국과 호주의 최대 투자 '큰손'이라 불린다. 청쿵그룹의 M&A를 주도하는 대표 계열사 CKH 홀딩스의 경우,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만 5103억3600만 홍콩달러(약 70조3000억원)으로 전체 자산인 1조1000억 홍콩달러의 46.4%를 차지한다. 아시아·호주 등 기타 지역 자산은 1694억6000만 홍콩달러로 약 15.4% 남짓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