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에 나의 왕국도 내어 주겠어."
권력과 욕망에 눈이 먼, 사악한 광대로 분한 '리처드 3세'가 한국 관객들을 찾아온다.
오는 1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손을 거쳐 새로움을 더했다. 전작 '인형의 집-노라', '햄릿', '민중의 적' 등으로 이미 국내 관객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오스터마이어는 1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악의 화신이자 독재자라고 여겨지는 리처드 3세가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할 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리처드 3세를 사이코패스가 아닌 니힐리스트(허무주의자)로 바라본 것. 그리고 이런 정서를 광대로서 표현, 관객들을 유혹해 공모자로 만든다.
그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우정과 같은 소중한 가치를 믿지 않고, 스스로에게만 의존하는 리처드 3세의 냉소적인 면을 부각시켰다"며 "리처드 3세의 사악한 행동을 자신에게서 찾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만큼 무대 구조에도 신경을 썼다. 당초 이 작품의 무대는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샤우뷔네 극장을 위해 반원형으로 디자인됐다. LG아트센터도 무대와 객석을 거리를 최대한 좁혔다.
오스터마이어는 "반원형 구조는 관객들이 무대의 일부가 되도록 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LG아트센터와 비슷한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한 경험이 있어 무리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언어(번역)의 경우 영어식 운문을 독일어식 산문으로 바꿨다. 독일어가 영어보다 음절이 많고, 빠르기 때문에 운문 형태를 그대로 가져가면 의미를 온전하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언어를 사용해 새로운 번역 버전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어 자막의 위치가 중요했다"며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봤을 때 시야의 중간 지점에 둬 독일어 대사와 액션을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주인공 리처드 3세 역은 독일의 대표적인 연극 및 영화배우인 라르스 아이딩어가 맡았다. 번역과 각색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에부르크가 담당했다.
오스터마이어는 "최악 또는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품을 연출해 왔다"며 "많은 호응과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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