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계의 공장’ 중국의 부상은 급기야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급과잉을 초래하였고, 수요의 부족으로 디플레가 고착화되는 소위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의 마련이 필요하게 되었고, 결국 기술과 시장의 확장 형태로 나타났다.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장은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가 충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과 공조가 필요하며, 기술의 진보와 시장의 확대가 산업과 시장의 경계를 허무는 계기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최근까지 글로벌 경기의 회복 추세는 기술과 시장이라는 쌍두마차가 효과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문제는 글로벌 경제가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으나, 펀드멘탈 측면에서 냉정하게 따져보면 여전히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경기를 끌어올리는 요소들이 강하게 비쳐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경기 호조를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피즘(Trumpism)'으로 상징되는 미국발 보호무역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글로벌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마침내 선진국 간의 모임인 G7 정상회담도 미국과 다른 6개국의 갈등 심화로 파행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지나친 미국 우선주의로 동맹이라는 개념마저 점점 희석되고 있는 판이다. 오죽하면 IMF의 라가르드 총재가 “세계경제의 먹구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경고를 하고 나섰을까.
균형적 감각으로 접근, 우리 내부 경기 더 빨리 식을 수 있다는 충고 새겨들어야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의 후퇴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시장에는 항상 악재와 호재가 동시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공급 개혁과 새로운 수요 창출이라는 동력은 여전히 강하게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신하여 글로벌 경제의 신흥 성장 센터가 되려고 하는 인도·아세안 등의 용트림도 만만치가 않다. 이러한 호재가 시장에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인지, 아니면 보호무역과 금리인상이라는 악재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시점에 미국이 주도하는 이 악재들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올 11월 중간선거까지는 밀고 나갈 것으로 판단되나, 보호무역과 금리인상이 가지고 있는 패러독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달러 강세를 불러오며 이는 무역적자를 더 부추기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트럼피즘이 갖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남은 것은 우리 경제가 이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것이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적 구조를 감안하면 시장에서의 호재와 악재를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균형 감각을 갖추고 호재는 최대한 활용하고, 악재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 시장에 상존하고 있는 악재가 호재보다 강하게 작용하면 향후 1∼2년 내에 글로벌 경기의 후퇴가 일시에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악재들이 정치적인 술수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면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고 나면 수그러들 수 있는 가변성도 충분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강도의 세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이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글로벌 경기보다 우리 내부의 경기가 더 빨리 식을 수 있다는 충고다. 시장에 끌려가기 보다는 판세를 미리 읽고 이를 리드해 갈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