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언희 감독은 많은 이들의 의심과 우려를 말끔하게 해치웠다. “맡은 바 임무가 명확한 작품”인 만큼, 욕심을 버리고 작품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주목”한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탐정: 리턴즈’는 장점을 유지하고 약점들을 보완, 보다 더 안정적인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셜록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 분)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가 탐정사무소를 개업, 전직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 분)를 영입해 사건을 파헤치는 이번 작품은 기존 팬들과 새로운 팬들을 위한 세심한 터치가 돋보인다. 영화 곳곳에서 느껴졌던 이언희 감독의 고민과 숨결을 짚어보았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난 이언희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탐정’ 시리즈를 잇는다는 게 부담이었을 것 같다.
각색 과정은 어땠나?
- 크게 각색된 부분은 없다. 대만과 태수 외 인물들이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다른 작품의 경우에는 ‘뭘 만들고 싶은지’ 고민했다면, 이번 작품은 ‘뭘 원하는 거지?’ ‘어떻게 가져오지?’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작업이었다.
그 질문은 어디에서 찾았나.
-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김정훈 감독님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다 찾아봤다. 관객들이 뭘 재밌어했는지도 알아봤고. 시리즈라는 중요한 포인트를 두고 있으니까 감독의 색깔을 가지고 가는 것보다 시리즈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했다. 중요한 것은 ‘탐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책임질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중간다리로서 이 영화를 잘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언희 감독이 떠올린 ‘탐정’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 친근함이었다. 캐릭터의 케미스트리. 버디무비는 많지만 이토록 배우들이 죽이 잘 맞고 호흡이 잘 맞는 작품이 있었나 싶었다. 보는 이에게도 다른 느낌일 것이다. 두 사람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고 그걸 잘 살렸다고 본다.
전작과 달리 캐릭터들의 속사정이 많이 포함됐다. 정 붙일 만한 요소들이 늘어난 것 같다.
- 처음 소개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시리즈라는 엄청난 강점이기도 하다. 이미 파악한 부분에서 조금 더 소개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니까. 즉 관객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인 셈이다. 김 감독님도 온전히 태수와 대만이를 창작하셨겠지만 배우들 자체가 캐릭터와 너무 닮아있어서. 속편을 만드는 저로서는 공부하고 익히는 데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제가 뭘 하기보다는 뭘 할 건지 물어보고 (해달라고) 부탁했다.
전편을 유지하고 새로운 판을 짜는 것도 어려운 점인데.
- 신경 쓸 게 많은 건 사실이다. 특히 2편이 부담스러운 건 명확한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도 ‘전편은 이랬다’ ‘전편은 저랬다’는 등 비교가 되기 마련이라 부담이 컸다. 특히 전작의 흥행 스코어가 성공의 기준이 되니까. 이 작품은 엔터테이너로서의 제 일부분을 보여드려야 했다.
이언희 감독의 코미디라니.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 인정받은 장르는 아니었다. 다들 ‘왜 그걸 하냐’고 할 정도였다. 이미지도 다르고 제게 기대하는 부분도 다르셨던 것 같다. 코미디 장르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던 건 ‘내가 재밌는 게 상대도 재밌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거기다 그냥 웃긴 게 아니라 콘텐츠로서 두 시간 동안 재밌으려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있어야 하고 균형도 맞아야 하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적당한 선을 찾는 게 고민거리였다.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은 이미 1편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였다. 그 안에 홀로 들어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게 부담이었을 것 같은데.
- 술자리에서 오래 버티면서 (문제점을) 풀어나갔다. 하하하. 전작은 제가 먼저 얘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면 이번에는 상황을 듣고 ‘어떻게 하실래요?’하고 물어보는 편이었다. 배우들에게 (코미디를) 맡겨놓은 거다. 성동일 선배, 권상우씨 모두 코미디 감각이 탁월하다. 아마 두 분은 짜증 나셨을 수도 있다. 그냥 해오라고만 하니까. 그런데 어쩌겠나. 저는 합류 전부터 (제작사·배급사 측이) 배우들이 도와줄 거라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듣고 왔는데. 하하하.
대만과 태수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여치라는 캐릭터를 합류시켰다. 이 캐릭터로 인해 더 활기차고 젊어진 느낌이 들더라. 더욱 오락영화의 느낌도 나고.
- 그게 제 목표였다. 여치의 미션이기도 했다. 사실 여치는 제게 주어진 기회였다. 나름대로 제가 원하는 색깔을 부여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 새로 들어와서 융화되며 색깔을 찾는 게 중요했다. 여치는 태수·대만과 너무너무 달랐으면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광수 배우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기존 등장인물과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한 화면 안에 잡히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탐정’ 시리즈를 만들며 꿈꿨던 건 1편에 나온 가족이 2편에도 그대로 나오고, 초짜 경찰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시리즈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지금 작은 역할이라도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사용될지 알 수 없는 거다. 나름 경쟁이기도 하다.
1편의 약점으로 언급되었던 여자 캐릭터들도 많이 완화됐다.
- 기본적인 틀은 아저씨가 중심이니까. 마찬가지인 게 전작인 ‘미씽:사라진 여자’를 찍을 땐 저희끼리 ‘프로 남혐영화다’라고 농담했었다. 남성들이 설 자리가 없었던 영화인 거다. 누구에게 기회를 주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저는 이 아저씨들이 한심하지만 귀여웠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에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에 집중했다.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좌절을 겪고 풀어나가는 것들을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거다.
아내들과의 관계 또한?
- 그렇다. 제가 탐정들과 아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었던 건 1편에서 쌓아놓은 서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 시나리오 쓰면서 욕심이 났던 건 노태수라는 캐릭터와 아내의 이야기였다. 2계급 특진도 마다하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 것이 2편의 시작인데 저는 ‘왜 차렸는데?’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이 사람 나름대로 입장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걸 이번 편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화를 내면 왜 화가 났는지 설명을 해줘야지. 하지만 이 작품 안에서 인물의 희로애락을 다 보여주는 건 욕심이었던 거 같다. 그러니 이번 편에서 던진 걸 다음 편에서 받아줬으면 좋겠다. 바통을 넘긴 셈이다. 저도 이 인물들에 애정을 가지게 되어 이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애들이 크는 것도 궁금하고 이다음 결혼기념일도 궁금하고.
미옥 캐릭터 서사가 많이 추가됐다. 1편보다 더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생겼다고 할까?
- 아무래도 제가 미옥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삭제한 신 중 아까웠던 게 명품 가방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옥이 만화방이 대박 나고 신나게 쇼핑을 하는데 그중 자신의 물건은 하나도 없는 거다. 온통 아이, 남편 옷이었고 그걸 대만이 안타깝게 여겨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건데 영화 리듬상 빠지게 됐다. 제가 욕심을 낸 부분이기도 하다.
악당인 독사 캐릭터는 어떤가? 우려되는 장면도 몇 있었는데.
- 고민을 안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관객들은 제가 감독인 만큼 (여성 캐릭터 표현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텐데. 더 냉정해진다고 해야 하나? 평가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사실 독사 캐릭터는 남자였다. 제가 여자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재밌는 여성 캐릭터가 탄생하길 바랐다. 문제들을 두고 보자면 저는 창작자로서도 그렇지만 여성 감독으로서 악한 사람에 대한 표현을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표현이 제한되다 보면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캐릭터를) 남자로 설정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이 악당은 자신의 모든 것을 이용할 줄 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프로페셔널하고 남성과 대등한 여자 악당 캐릭터를 설정하려고 했다.
10분만 영화를 보여준다면 어떤 부분을 꼽겠나?
- 시리즈 영화라 짚기가 어렵다. 그게 약점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가 되려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차근차근히 함께 시간을 쌓는 게 더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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