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신승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우루과이의 간판스타 루이스 수아레스와 이집트의 새희망 모하메드 살라의 만남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살라는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수비수 라모스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어깨 부상을 입은 탓에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살라는 선수 명단에 들지 못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하며 벤치를 지켰다. 엑토르 쿠페르 이집트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살라가 경기에서 뛸 것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후반 44분 터진 호세 히미네스의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경기는 0-0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늘어지는 경기와 이른바 '살(라)·수(아레스) 대첩'의 불발로 팬들의 아쉬움도 커졌다.
하지만 수아레스와 살라는 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인 만큼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두 선수는 실력뿐 아니라 인성 면에서도 자주 비교되는데, 수아레스가 축구계 악동으로 통한다면, 살라는 '인성갑(甲)'의 면모가 눈에 띈다.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
-타의 추종 불허하는 골 결정력, 루이스 수아레스
우루과이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수아레스는 리버풀에 있던 시절부터 유연한 드리블 돌파와 탁월한 스피드로 주목받았다.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뒤부턴 연계와 밸런스, 치명적인 골 결정력까지 다양한 강점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수아레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모두에서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특히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단 기간에 100골을 달성했다.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도 눈부시다. 99경기에 출전해 51골을 넣으며 우루과이 대표팀 A매치 득점 역대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우루과이를 2010 남아공 월드컵 4강,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한국과의 16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우루과이를 8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동갑내기 카바니와 투톱으로 나선 수아레스는 이번 남미 예선 18경기에서 5골을 터뜨렸다. 우루과이가 기록한 32골 가운데 약 5분의 1이 수아레스의 발 끝에서 탄생한 셈이다.
-‘핵이빨’과 ‘신의 손’...벗지 못한 오명
수아레스는 빼어난 실력과 함께 악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아약스AFC(네덜란드)에서 뛰던 시절 아인트호벤 미드필더 오트만 바칼의 어깨를 깨물어 7경기 출장 정지를 당한 바 있다. 리버풀FC(잉글랜드) 소속이던 2013년 4월에도 첼시FC 수비수 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깨물어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의 '깨물기'는 월드컵에서도 계속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이로 깨무는 장면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에 축구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수아레스를 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영국 BBC는 '지단 박치기 사건(2006)'에 이어 수아레스의 기행을 '월드컵 사상 최악의 장면' 2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수아레스는 2010년 남아공 사커시티에서 펼쳐진 우루과이와 가나의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선 가나의 미드필더 아피아가 날린 헤딩슈팅을 두 손으로 펀칭해냈다. 반칙을 한 수아레스는 경기장에서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가나의 패널티 킥 실패 이후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가 승리해 4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일명 '수아레스 신의 손' 사건은 아직도 입길에 오른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탁월한 주력(走力)의 모하메드 살라
살라는 탁월한 주력(走力)이 돋보이는 선수다. 하지만 속도 외에도 골 결정력과 위치 선정, 라인 브레이크, 드리블 등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가장 큰 장점은 박스 안에서의 침착함이다. 살라는 다른 선수였다면 급하게 슈팅했을 공들을 여유 있게 처리한다.
살라는 2017-18 시즌 리버풀에서 32골을 터뜨리며 EPL 득점왕에 올랐다. 32골은 수아레스, 호날두 등이 기록한 31골을 넘은 한 시즌 개인 최다 골 신기록이었다. 그는 UCL까지 합쳐 총 43골을 넣었는데, 이는 메시·호날두에 버금가는 활약으로 평가된다.
또한 살라는 리버풀을 UCL 결승까지 올려 놓으며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맞았다. 설상가상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에 1대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래도 살라의 활약은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살라는 이집트를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린 영웅이기도 하다. 그는 러시아 월드컵 아프리카 최종 예선 5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으며 이집트를 러시아 월드컵으로 이끌었다.
-'기부천사' 살라, 도둑 갱생 프로젝트까지
살라는 실력뿐 아니라 인성도 A급이다. 살라의 어린 시절 친구는 “살라는 매년 라마단 기간마다 고향에 찾아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 모두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준다”며 “크게 성공했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살라의 미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살라가 이집트 리그에서 뛸 때 그의 고향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곧 잡혔고 살라의 아버지는 그를 고발하려 했다. 하지만 살라는 도둑을 용서하자며 아버지를 설득했고 도둑이 갱생하도록 돈까지 쥐여줬다.
살라는 기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고향의 체육관, 모교 내 사계절 축구장에 정기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도 돕는다.
그는 28년만에 이집트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공으로 받은 초호화 별장을 고향인 가르비야 주 나그리그 마을에 기부하기도 했다. 별장을 갖기보다 고향에 선물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게 살라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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