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터무니없이 비싼 헬기보험료 낮추기에 나섰다. 그간 소방청과 시·도 항공대에서 보유 중인 소방헬기 보험료가 타 부처 보유헬기 보험료보다 비싸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1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청은 오는 8월 헬기보험을 통합·단일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메이저 보험사와 보험요율에 대한 재논의를 통해 값비싼 헬기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요율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료를 결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헬기보험은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청, 소방항공대 등 정부가 보유한 헬기의 사고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국내 시장규모는 150억원 정도다. 소방청과 14개 시도 소방항공대가 보유한 28대 소방헬기의 보험료 총액(2016년 기준)은 84억837만원이다. 헬기 1대당 보험료가 3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산림청의 헬기 45대 보험료는 총 45억4698만원으로, 1대당 1억원 수준이다. 이외에 경찰청과 해양경찰청도 대당으로 따졌을 때 보험료가 각각 1억2000여만원, 1억7000여만원으로 소방청과 비교해 2~3배 저렴했다.
소방헬기와 다른 부처 유사기종 헬기 보험료를 살펴보면 비슷한 조건에서도 소방헬기 요율이 높아 보험료도 훨씬 비싸게 산정돼 있다.
소방과 경찰이 1990년대에 도입한 미국 벨헬리콥터(BELL206L3) 기종의 경우, 경찰헬기는 보험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체보험'이 구입가격 보장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요율이 소방헬기보다 3배 낮다. 대개 기체보험이 구입가격 보장조건이면 보험요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부처 간 헬기 보험요율이 큰 차이가 나는 건 경찰·해경·산림청은 중앙차원에서 보유헬기 전체를 단일 건으로 통합해 계약을 체결한다"면서 "그러나 소방청은 중앙 및 14개 시도 항공대별로 각각 보험사와 개별 접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소방청 헬기 보험요율이 불리하게 책정돼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손해보험사가 제공하는 헬기보험 보험료가 매년 똑같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토종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입찰에 나선 보험사들이 매년 똑같은 보험료를 제시한다고 판단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이를 '담합' 행위로 규정할 경우 과징금 규모만 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동안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코리안리를 비롯 국내 대부분 손해보험사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몇 년 전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가 리니언시(자진신고 땐 처벌 경감 제도)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담합행위로 보고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손해보험사들 보험요율 담합 건에 대해 근거 부족 등 이유로 조사사항을 종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담합사실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확보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이의제기를 통해 현재 약 5%의 보험요율을 낮춘 상태"라면서 "손보사들이 의도적으로 관용 헬기 보험요율을 담합하는 것으로 보고 보험요율 산정 기준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지만, 그들은 안 된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8월 전후로 헬기보험을 통합·단일화하는 방안을 소방청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예산낭비로 지적돼 온 헬기보험료 낮추기에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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