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점 판매 허용’에도 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판로가 확대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입산 맥주가 물밀 듯 들어오고 있어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지난 4월 1일부터 소매점 판매를 시작해 세 달째에 접어들었음에도, 실제 판매량은 미미한 상황이다.
당장은 제반 시설이 미비해서 문제다. 소규모 양조장의 수제맥주가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 들어가려면 납품량을 맞출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소매점용 병이나 캔을 저장할 대형 창고, 운반을 위한 냉장차량 등이 다수 있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세법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주세법 개정과 주세역차별 등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수입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갖는 주세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가격 책정뿐만 아니라 광고, 마케팅에도 제약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원료, 인건비, 마케팅비, 건물 임대료 등까지 포함된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한 업체에서 신고하는 수입 원가에 주세 비율을 곱하면 끝이라 국산 수제맥주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더부스’와 ‘제주맥주’에서 내놓은 맥주가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더부스의 경우, 자체 개발 맥주 외에도 수십여종의 수입 수제맥주를 들여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이마트에서 단독 판매하는 ‘치믈리에일’도 미국 캘리포니아 양조장에서 만들어 수입해오는 제품이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만든 치믈리에일은 개시 2주 만에 첫 물량 702상자가 이마트 자양·왕십리·마포·영등포·용산 다섯 곳에서 품절됐다.
더부스는 경기도 판교와 미국 캘리포니아 두 곳에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치믈리에일처럼 대량 판매하는 경우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한다.
더부스 측은 컨테이너 유지나 냉장유통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주세법으로 보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지만, 치믈리에일 4병에 전용 유리잔까지 더한 세트 판매가 1만5800원은 해외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제주시 한림읍에 양조장이 있는 제주맥주는 대형마트가 아닌 서울 연남동에 팝업매장을 내고 전국 진출을 선언했다. 개장 열흘 만에 방문객수 2만5000명을 돌파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제품이 잘 팔리고 있지만 진짜 국산 수제맥주라 홍보비용 등 판매관리비도 세금으로 잡혀 가격경쟁력이 낮아 실익은 적다고 토로한다. 연남동 팝업매장에서 파는 제주맥주 한병 값은 5900원이다. 편의점 수입맥주 4캔에 1만원과 비교해도 두배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수입 수제맥주는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수입산이 너무 커지면 국산 수제맥주가 다 죽는다”며 “국내 주세법처럼 완제품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채택하는 국가는 극소수다. 알코올 도수나 맥주 용량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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