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 주장하는 中…'미국 VS 세계' 구도 짜기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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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6-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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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와 동일한 수준 보복조치…"자위적 반격"

  • "트럼프, 전 세계와 전쟁 벌여" 고강도 비판

  • 경제체질 개선 기회 삼아야, 내부 결속 시도

[그래픽=아주경제DB]


중국이 미국과 동일한 규모, 동일한 세율의 보복관세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미국의 무역전쟁 도발에 따른 정당방위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국제 무역질서를 훼손한다는 논리로 유럽연합(EU) 등과 반(反)트럼프 전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경제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자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美 변덕 탓에 자위적 반격 나서

1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주요 언론은 중국 정부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소식을 전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책임이 오롯이 미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판푸우창(反復無常·변덕이 심하다)'이라는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 간 무역 합의 내용을 저버리고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에 초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한 데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지난 15일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자동차·에너지·의료장비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340억 달러어치의 제품에 대해 오는 7월 6일부터 우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관세 부과 규모와 세율, 시행 시기까지 미국의 발표 내용과 동일하게 맞췄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관세 부과를 "자위적 차원의 반격"이라고 규정하며 "중국은 미국과 싸울 생각이 없지만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맞대응할 전략이 이미 수립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한 지 6시간 만에 신속히 반격에 나섰다"며 "중국은 모든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 역시 미국과 동일한 규모의 관세 부과 품목을 추려 놨다"며 "미국이 전쟁을 원한다면 우리도 함께 갈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과의 갈등 격화에 따른 내부 불안을 다독이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중국의 유명 온라인 논객인 뉴탄친(牛彈琴)은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압박 속에서야 중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법"이라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더 큰 규모의 개혁·개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가진 약점을 보완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첫째)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다섯째) 등 정상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反트럼프 전선 구축에 주력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EU·캐나다·멕시코 등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들 국가와 공동 전선을 구축해 미국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홍콩 대공보는 "미국은 중국 외에도 EU와 캐나다, 멕시코, 심지어 일본과도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미국이 전 세계와 대결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의 힘이 세긴 하지만 세계 각국과 전방위로 전쟁을 치를 수는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부 '매파' 인사들만 고집스럽게 전쟁에 집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비판하는 해외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전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세계 각지의 특파원들이 현지 전문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종합해 보도했다.

이탈리아 로렌초 메디치 국제연구소의 파비오 파렌티 부교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각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번 결정은 무역 비용을 높이고 관련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투자은행(IB)인 베른버그방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국제 무역질서를 훼손하고 각국의 신뢰를 무너뜨려 결국 모두가 손실을 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세는 장기적으로 미국 소비자의 어깨까지 무겁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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