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 정부가 주변 4강 외교에 시동을 걸고 있다.
북핵 문제의 당사국인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강이 한반도 정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우리 정부는 이들과의 공조 기반을 다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이 막을 내리자마자 곧장 4강 외교의 본격적인 포문을 열고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접촉 횟수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 기자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방관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미 외교장관은 북·미회담이 끝난 직후에 이어 일주일도 채 안 되서 2번의 전화통화와 2번의 실제만남을 갖게 됐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꾸준히 밝혀온 '모든 한반도 정세는 굳건한 한미동맹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에 따른 행보다.
한미는 '포스트 북·미회담' 등 향후 한반도 일정에서도 밀착 소통을 유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본도 북·일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지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급물살타는 한반도 정세에서 소외되며 이른바 '재팬 패싱' 논란에 휩쌓인 일본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미 우리 정부를 통해 북일정상회담의 의지를 북측에 전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직접 전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을 중재역으로 활용한 북일 대화의 포문이 조만간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일정상회담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보다 앞서) 오는 8월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회의에서 북일 외무상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또한 우리 정부의 가장 가까운 4강 외교 일정으로는 오는 21일 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러시아 방문이 예정돼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65년 수교를 맺고 있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북한에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비핵화'는 물론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동북아 냉전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반도 외교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12월 베이징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통신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것과 관련, 중국이 한일과 연대해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한일 관계를 개선코자 3국 정상회의를 앞당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이날 "지난 5월 도쿄에서 한·일·중 준비과정에서 중국이 5월이 아닌 12월에 할 수 있냐는 입장이 있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아시다시피 5월에 (회의를 진행)했고, 그 뒤 12월 한·일·중 회의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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