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히딩크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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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6-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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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딩크 "걱정한 대로 수비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2012년 K리그 올스타전에 '팀 2002'의 멤버로 참가했던 박지성(왼쪽)과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연합뉴스]
 

미국 폭스TV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중계 해설자로 나선 거스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에 앞서 "한국은 재능있는 공격수가 있지만 수비가 불안하고, 경기할수록 수비가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대표팀의 약점을 꼬집었다. 한국 대표팀을 잘 아는 히딩크의 날카로운 지적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히딩크는 2001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명장이다. 

한국과 스웨덴전을 앞둔 지난 18일 오후 6시. 지하철은 퇴근하는 직장인과 거리 응원에 나선 인파로 발디딜 곳이 없었다. 동네 통닭집에는 포장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국의 첫 러시아 월드컵 무대가 된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응원석은 태극기와 스웨덴 국기로 가득했다. TV 방송 카메라는 긴장된 표정으로 준비운동에 여념이 없는 손흥민 선수의 얼굴을 화면에 내보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멕시코는 우승후보로 꼽힌 독일을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멕시코의 이변은 결코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한국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모두가 가시밭길을 예고했을 때도 히딩크는 "(한국) 그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그들은 보여줄 거다"라며 한국 대표팀의 뒷심을 강조했다. 

한국은 스웨덴에 페널티 킥을 내주며 한 골 차로 패배했지만, 골대에 근접한 유효슈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히딩크는 "걱정한 대로 수비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해설했다. 

손흥민 선수는 경기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비를 하다가 역습을 나가는 상황이었다. 계속 수비하고, 공격에 나가려면 거리가 머니까 힘들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히딩크는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역할과 자리라도 맡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소통 부재로 무산됐고,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날 스웨덴전 결과에 누리꾼들은 "히딩크를 다시 모셔와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남은 2경기가 있다. 공은 둥글다. 멕시코가 버거운 상대이긴 하지만 준비해서 잘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물론 결과는 실망스럽다. 여기서 포기하면 진짜 최악의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오늘 경기는 잊어버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준비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한국 대표팀을 응원한 수많은 국민들은 경기가 끝난 후 일순간 밀려오는 배고픔과 같은 아쉬움을 느꼈다.

신태용호는 오는 24일 0시에 열리는 멕시코전을 위해 로스토프 아레나로 향한다. 경기장 열기는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전의 결과는 되돌릴 수 없지만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승패가 꼭 중요한 것도 아니다. 국민 모두가 축구에 관심을 쏟을 의무도 없지만, 선수 11명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을 끝까지 해내는 축구를 보고 싶은 열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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