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북한 나진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타고 유럽까지 8일 내에 이동할 수 있는 ‘8일 프로젝트’를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국회 통합과 상생포럼’과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주최한 ‘남북교통인프라 연결 추진 현황과 과제’ 간담회에서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남·북·러의 철도 협력을 재개해 러시아의 TSR 7일 프로젝트와 한반도의 TKR 1일 프로젝트를 합친 ‘8일 프로젝트’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경의선 등 철도 연결에 협력하자고 약속한 만큼 이에 따라 북한의 교통 인프라 현황을 살펴보고 추진 전략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나 원장의 제안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6박7일 동안 달리는 TSR와 부산에서 북한 나진까지 하루 동안 움직이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해 8일 철도 생활권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나 원장은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1단계에서 남북철도를 연결하고 2단계에서 북한의 철도를 개보수한 뒤 3단계에서 북한 철도를 현대화해 유라시아 랜드브리지를 완성하게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개성공단에 있는 통근열차를 운영할 수 있고, 북한의 개방 속도에 따라 2단계와 3단계를 병행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달 평양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열리고, 오는 9월 답방 경기를 하게 된다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선수들이 열차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날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도로 현황과 추진 과제’ 발표를 통해 낙후돼 있는 북한의 철도와 도로를 개보수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원장은 “북한에선 철도가 주요 교통 수단이고 도로가 보조 수단”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년 전 도로개발에 중점을 두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도로 인프라가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전체 도로 포장율은 26.5%에 불과하며, 폭원이 2.4m 이하인 1차선 도로도 전체 도로의 43.5%를 차지한다.
이 부원장은 1980년대 말 체제를 전환한 동유럽 국가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북한도 체제 전환 후 도로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헝가리와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 4개 국가의 1995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수송량 분담률을 살펴보면 도로와 철도, 지하철 가운데 도로가 92% 이상을 차지한다.
이 부원장은 “중국의 동북3성과 베트남도 개방 이후에 철도보다 도로 인프라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여객은 항공 중심으로, 화물은 해상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는 만큼 북한을 통한 도로의 물자·여객 잠재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동해벨트와 환황해벨트, 접경지역에 맞춘 철도 개발과 간선도로 건설이 필요하다”며 “도로 분야에서는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을 북한에서 테스트하는 사업도 하나의 의제로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북한은 철도 노선이 대부분 단선이고, 기반 시설도 노후돼 시속 4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난 7일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 가입으로 유라시아 철도 가입을 통해 유라시아 철도망 연결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 만큼 협력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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