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 모(31) 씨는 최근 다녀온 마카오 여행을 이렇게 회고했다. 이번이 세번째 마카오 방문이라는 그는 “이전 방문에서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관광을 즐겼는데 몇 년 전부터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늘어나면서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었다”면서 “다음 번에는 가족과 함께 다녀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씨의 사례처럼 최근 몇 년 사이 마카오에는 카지노 외에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단위 관광객과 자유여행객이 증가하자 카지노 산업에만 의존하던 관광수입이 다변화되는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정책’ 여파로 한동안 경영난을 겪었던 카지노도 복합리조트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매출이 되살아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앞으로 마카오 관광시장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추진 중인 ‘웨이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발전 계획으로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가 ‘메가 경제권’을 조성하면 마카오의 관광 레저 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카오정부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카오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261만명으로 전년대비 5.4% 성장했다. 마카오 관광청은 이 같은 이유 중 하나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호텔의 증가로 꼽았다.
지난 2007년 베네시안 마카오 개장을 시작으로 마카오에는 고급 테마호텔이 꾸준히 문을 열고 있다. 시티 오브 드림, 스튜디오 시티, 갤럭시 호텔 코타이, 반얀트리 마카오, 더 파리지앵 마카오, 윈 팰리스와 올해 초 문을 연 MGM 코타이 호텔 리조트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복합 리조트 형식으로 지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카지노뿐 아니라 대형 쇼핑몰과 워터 파크, 공연장, 테마 파크가 연결돼 관광∙쇼핑∙휴양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것이다.
젊은 관광객들을 사로잡는 공연과 액티비티도 마카오 관광의 인기 요소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중 공연인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와 흔들리는 비행 시물레이션기에 탑승해 배트맨, 조커와 추격전을 펼칠 수 있는 ‘매트맨 다크 플라이트’ 4D 어트랙션은 마카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 했다.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마카오 타워에서의 번지점프, 스카이 워크 등 익스트림 스포츠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온라인 여행사 투뉴왕(途牛網)이 발표한 ‘2017년 마카오관광과 소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카오를 방문한 관광객 중 절반에 가까운 43%가 26~35세의 젊은 층이다. 카지노를 즐기기 위한중∙장년 층의 방문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결과다.
아동 관광객의 방문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6~12세 연령대의 마카오 방문객은 약 10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가족단위 관광객이 늘어난 셈이다.
투뉴왕은 “마카오의 관광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카지노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엔터테인먼트∙휴양의 대표 관광지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족단위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위기를 맞았던 카지노 수입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마카오 카지노의 최대고객은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고위 공무원, 국영기업 임원, 사기업 경영진 등 정∙제계를 주무르는 VIP 인사였다. 그러나 지난 2014년부터 중국 정부가 부패관리에 철퇴를 가하면서 이들의 마카오 방문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매출을 뛰어넘으며 최고 호황을 맞이했던 마카오 카지노 수입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6년 1월 186억7400억 파타카(당시 환율 기준 약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했다. 이는 전년대비 기준 2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업계에서는 “마카오 산업이 몰락할 것이다”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지난해부터 크게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카오 도박감찰협조국에 따르면 마카오의 2017년 카지노 매출은 331억 3000만 달러(36조 4430억 원)에 달하면서 전년도에 비해 19%나 급증했다.
마카오 갤럭시와 아시아 ‘도박왕’으로 유명한 SJM 홀딩스, MGM, 윈 그룹 등의 올해 1분기 실적도 지난해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마카오 정부의 새로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마카오 정부는 위기 탈출을 위해 중국 중산층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문화관광과 카지노가 결합된 관광 상품을 내놓고 적극적 홍보에 나선 바 있다.
◆ 세계 최장 ‘강주아오대교’ 7월 개통되면 ‘시너지 효과’ 전망
마카오 관광시장은 현재 중국 정부가 구축하고 있는 웨강아오 대만구가 완성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웨이강오 대만구는 기존 홍콩~선전과 함께 마카오와 광둥성의 주요 9개 도시를 아우르는 거대 단일 경제권으로 세계 3대 베이(샌프란시스코·뉴욕·도쿄 베이)에 필적할 만한 자원, 경제 규모, 입지적 강점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 베이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4400억 달러, 샌프란시스코 베이는 7900억 달러, 도쿄 베이는 1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웨강아오 대만구의 총인구는 6733만 명, 면적 5만6500㎢, GDP는 1조5000억 달러로 경제규모 면에서는 한국(5180만 명, 1조5300억 달러)과 맞먹는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메이는 웨강아오 대만구의 GDP가 오는 2020년에는 2조200억 달러, 2022년에는 2조3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웨이강오 대만구의 핵심 인프라인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개통되면 앞으로 주하이와 마카오뿐만 아니라 홍콩과 선전까지 일일생활권으로 묶여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주아오대교는 홍콩~중국 광둥성 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 길이 55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다리로 오는 7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웨강아오 대만구는 서로 다른 도시들 간의 시너지로 상당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마카오는 특히 관광산업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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