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을 설립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권오준 회장까지 포스코는 총 8명의 회장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들 8명 모두 정권과의 불화 등 이유로 임기를 남기고 물러났다.
역대 사례를 보면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스코 초대 회장이자 최장기 재임자(1968년 4월~1992년 10월)였던 '한국의 철강왕' 고(故) 박태준 회장은 정치권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와의 불화로 사임했다.
이후 김영삼 정부 2년 동안 포스코는 회장이 3번(박태준→황경로→정명식→김만제)이나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전 회장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가까스로 채웠다.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그의 후임인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된 이후에도 유상부 전 회장을 포함해 4명이 '정권 교체 뒤 사퇴'를 반복했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은 2007년 봄 한 차례 연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인 2009년 초 정치권 외압 논란 와중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말부터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섬에 따라 결국 사퇴 수순을 밟았다.
이 전 회장은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 차원의 외압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권오준 회장과 비슷한 경로를 밟다가 사임했다.
정 전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등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다.
또 국세청이 서울 포스코센터,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착수했는데, 사퇴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 전 회장은 사임 결정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이런 해명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 전 회장도 2013년 11월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할 당시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 4개월가량 남겨둔 상태였다.
이후 정 전 회장은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지만, 작년 11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14년 3월 8대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한 권오준 회장도 지난 4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박근혜 정부 때 취임한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방미 경제인단 등 대통령 행사에서 계속 배제됐고 그럴 때마다 CEO 교체설이 제기됐다.
포스코가 권 회장의 지휘 아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단행했고, 작년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사임할 다른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아울러 권 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임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권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이미 수사를 받았으며 시민단체의 고발과 언론의 자원개발 비리 의혹 제기 등으로 추가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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