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는 CERCG 사태를 계기로 중국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 산정을 중단했다.
CERCG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털은 3억5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한 채권 원리금을 만기일인 5월 11일 갚지 않았다. 모기업인 CERCG가 신용을 보증하는 '킵웰(keep well)'을 제시했었지만 디폴트 처리됐다. 킵웰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김혜원 한국투신운용 부장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국자본시장연구회 세미나'에서 "상환에 대한 연대보증이 아닌 구속력이 없는 킵웰에 불과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킵웰 조건을 붙인 달러 표시 채권이 디폴트 처리된 첫 사례"라며 "역외투자자에게는 새로운 시험대"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빚을 못 갚은 중국 기업은 벌써 24곳에 달한다. 예를 들어 북경황금은 얼마 전 만기 도래한 신탁대출 원금(915억)과 이자(17억원)를 상환하는 데 실패했다. 모회사는 국유기업인 중국청년실업발전공사다.
우리 채권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김혜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잇단 디폴트로 중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우량물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긴축에 나서 한계기업이나 부실기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우량채권을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공기업은 정부에서 출자하고 직접 통제도 한다. 이에 비해 중국 국유기업은 일반회사에 적용하는 '중화인민공화국회사법'에 따라 세워진다. 정부는 지분을 소유하는 데에 그친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국 국유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우리 공기업 채권보다 상환보증 능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사나 지방공사가 발행한 채권‧기업어음(CP)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다.
김혜원 부장은 "CERCG 사태 때문에 모든 중국 채권을 싸잡아 매도할 이유는 없다"라며 "옥석 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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