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반도체 판매가 본격화되면 연간 2000억~3000억원대의 매출과 10~20%의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권일근 LG이노텍 CTO(최고기술책임자·전무)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열전 반도체 테크 포럼'이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실화되는 것은 4~5년 정도 뒤를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열전 반도체는 전기를 공급해 냉각·가열 기능을 구현하고, 온도 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혁신 부품이다. LG이노텍은 세계 열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5200억원에서 2023년 1조원으로 5년간 100%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이노텍의 구상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5년 후 이 회사의 세계 열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적어도 20%가 넘게 되는 셈이다.
권 CTO는 “이번에 개발한 LG이노텍의 열전 반도체는 나노 다결정 소재라는 독자 기술을 적용해 단결정 소재 대비 2.5배 이상 강도가 높아져 진동으로 소재가 깨지기 쉬운 차량·선박 등에도 적용이 가능한 특장점이 있다”며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장비의 개발로 규모의 경제도 실현할 수 있게 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대 40%까지 올렸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열전 반도체를 카메라모듈, UV(자외선) LED(발광 다이오드) 등과 함께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달 나노 다결정 소재를 적용한 열전 반도체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최근 구미 공장에 소재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 내년 상반기에 나노 다결정 열전 반도체의 생산에 들어간다.
권 CTO는 “이번 신제품은 열전 반도체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혀온 에너지 효율도 크게 개선했다”며 “열저항을 최소화시킨 자체 모듈 구조를 적용해 동일 온도로 냉각 시, 단결정 열전 반도체 모듈 대비 소비전력을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운행 중에 버려지는 폐열을 전기로 변환해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효과도 있다”며 자사 제품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날 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한 박수동 한국전기연구원 열전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한국열전연구회회장)도 “나노 다결정 열전 반도체 기술로 산업현장의 미활용 열원(熱源)을 재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며 LG이노텍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LG이노텍은 나노 다결정 열전 반도체의 적용을 가전제품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서 점차 넓힌 후 향후 B2B(기업 간 거래)로 확대해 빠른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권 CTO는 “나노 다결정 열전 반도체는 이미 LG전자와 협업해 이 회사의 신제품 협탁냉장고 등에 적용을 검토 중”이라며 “향후 자동차, 선박, 발전용에도 굉장한 가능성을 보고 이 사업을 하고 있으며, 2021~2022년께에는 현실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의미 있는 실적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용두사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CTO는 “소재 부문은 몇십 년을 보고 가는 사업”이라며 “LG그룹의 CEO(최고경영진)들도 5년 이상을 보고 ‘긴 호흡의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일궈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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