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의 보호자 선희 씨가 사용한 방법은 아빠가 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자다가 아빠가 왔다는 얘기에 반쯤 감긴 눈을 비비고 일어났던 어릴 적 기억이 있는 독자라면 이 강아지의 마음이 이해될지도 모른다.
선희 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얼굴 보고 싶은데 방에서 잠만 자길래 (아빠 왔다고) 거짓말 해서 불러냈다"며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은 아무도 없는 거실을 비추며 시작된다. 보호자 선희 씨가 인터폰으로 통화하는 척을 하며 "여보세요, 아빠 왔어요?" "아빠 왔네~"라고 하자 구름이가 바로 뛰쳐나온다. 보고 싶어 부를 때는 보지도 않던 구름이가 야속할 지경이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구름이는 실제로 아빠가 돌아온 게 아님을 깨닫고 실망한 표정이지만, 선희 씨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선희 씨는 '노트펫'과의 인터뷰에서 "아빠를 반긴다기 보다는 아빠의 농도 짙은 양말 냄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빠가 퇴근하면 잠시 반기다가, 양말을 물고 매달리며 달라고 조른다는 것이다.
아빠가 양말을 벗어주면, 구름이는 양말에 밴 아빠 냄새를 자기 몸에 묻히고 싶은지 양말에 등을 비비고 구른다. 선희 씨는 "신기한 건 내 양말에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구름이가 선희 씨 양말에는 반응하지 않아서일까. 선희 씨는 "강아지들이 지렁이, 고양이 똥 냄새를 좋아한다는데 아빠 발냄새가 그런 류의 냄새에 속하는 걸로 추측된다"며 질투를 내비쳤다.
구름이는 양말을 비비며 웰컴 세리머니를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방석으로 돌아가는 쿨함까지 겸비한 매력덩어리다.
구름이의 사진과 영상으로 가득한 선희 씨의 인스타그램 |
선희 씨의 인스타그램은 구름이가 나오지 않은 사진을 찾기 힘들 정도다. 거의 매일 구름이의 소식을 올리고,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업로드하기도 한다. 이렇게 애틋한 둘의 만남은 3년 전 시작됐다.
지난 2015년 5월 23일 선희 씨 가족은 가정견 위탁분양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름이를 처음 만났다. 그 곳에는 말티즈 3마리가 함께 울타리에 있었다.
그 중 가장 크고 건강해 보이는 구름이를 자세히 보려고 꺼내자 구름이가 선희 씨의 팔을 잡고 놓지 않았다고. 선희 씨는 "구름이가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름이의 유학파 인증샷 |
구름이는 반려견 치고는 흔치 않은 '유학파'다. 아빠의 출장 때문에 6개월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는 구름이는 한국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 '클라우드(Cloud)'란 미국 이름도 갖고 있다.
미국에 막 도착했을 때는 처음 보는 백인이 낯설었는지 백인만 보면 짖는 등 인종차별이 심했다. 그런가 하면 산책할 때는 길 건너편에 있는 동양인을 알아보고 아빠인 줄 알고 달려가려고 해 난리였다고 한다.
미어캣 자세가 특기라는 구름이 |
유학생활 덕분인지 구름이는 3개 국어를 알아듣는다. 구름이는 "배고파?" "헝그리(hungry)?" "으얼러마(饿了吗)?" 등을 모두 알아듣는다. 모두 배고프냐는 뜻의 한·미·중 3개 국어다. 이 단어들만 들으면 왕왕 짖으며 반응한다는데, 유창한 회화 실력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어디 가도 굶지는 않을 수준이다.
오늘 밥은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구름아, 어디서 양말 냄새 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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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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