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배구조개선에 피치를 올리는 김상조호 공정위의 경제민주화 행보에 제동이 걸릴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갑질 근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등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검찰의 칼끝이 공정위로 향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신뢰도 실추 등을 우려, 의혹에는 해명에 나서는 모습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운영지원과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일단 공정위에 대해 ‘대기업 봐주기’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가 부영그룹의 주식현황 허위 신고를 파악했지만 이를 고발하지 않았다는 데 검찰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공정위 전·현직 간부 10명 가량에 대한 취업특혜 여부 역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2015년 9월까지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내다 중기중앙회 상임감사를 거쳐, 지난 1월 공정위로 돌아온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뒤 공정경쟁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김학현 전 부위원장도 동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1일 해명자료를 내고, “지철호 부위원장이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를 거쳐 올해 1월 공정위로 돌아온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고,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서 규정한 취업제한기관으로 명시돼 있지도 않는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지 부위원장의 취업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를 사전에 취업제한기관으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조차 제외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역시 이날 오전 8시께 KBS1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 “지난 1년간 기업집단국에서 해온 일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과거에 관련 업무를 맡았던 부서의 자료가 이관된 것에 대한 조사”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아직도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없는 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등 내부혁신을 하겠다”고 전했다.
이렇더라도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그동안 공정위가 쌓아온 신뢰에 다소 타격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김상조 효과'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오르기도 했다.
공정위는 또 일명 '공정위 로비스트법'으로 불리는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을 올해 초부터 시행했다. 공정위 직원이 로펌·대기업 관계자, 공정위 퇴직자와 접촉할 때 상세 내역을 감사담당관에게 의무 보고하도록 해 내부 조직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론, 이번 검찰 수사가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를 맡은 김상조호의 입법 과제 수행에도 다소 힘을 뺄 수 있을 것으로도 우려된다. 경제민주화 과제 가운데 상당부분이 기업집단국 업무와 겹치기 때문이다.
전속고발제 폐지 등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관련, 신중한 판단을 강조해온 공정위가 검찰의 압박에 다소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다음달께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포함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그동안 전속고발권 폐지를 통해 검찰의 수사권 확대를 주장해왔다.
전속고발제 폐지를 놓고 공정위와 검찰간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과정이 ‘가시밭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21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리면서 이번 공정위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수사영역 확대 차원이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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