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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운동 또는 불매 운동을 뜻하는 '보이콧(boycott)'. 일상에서 한번쯤 접해봤을 겁니다.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 보니 경계감도 그다지 없고 평범함마저 느껴지는데요, 그 유래를 살펴보면 다소 가슴 아픈 메시지와 마주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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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식민 통치 시절인 19세기. 아일랜드 서부에 있는 마요 주에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토지 경작 중개인으로서 권력과 부를 축적한 보이콧 대위는 자신의 밭에서 일하는 소작농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툭하면 소작인들을 쫓아 내고 농작물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오랜 세월 인내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요구 사항이 많아지니 농민들은 결국 추수를 거부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그런데 추수 거부 운동의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마요 주를 넘어 전국으로 삽시간에 퍼졌다고 합니다.
아무리 가난한 계층이라고는 하지만 노동력을 가진 사람이 손을 놓고 있으니 별 수 있나요? 더구나 추수 거부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급기야 보이콧 대위와 거래하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우편물 배달도 거부됐다고 합니다. 코너에 몰린 보이콧 대위는 노동에 걸맞은 처우를 약속하고 오히려 농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상황에 놓이죠. 이후 1880년대 초까지 '더 타임스' 등 신문사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고립' 상황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으로 '보이콧'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차츰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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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중개인에 대한 농사 거부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 나갔던 부동산 전쟁. 생각해보면 참 흥미롭습니다. 그 당시는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없었으니 오직 말로만 이런 상황이 공유됐을 텐데요, 하물며 식민 통치 시절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성난 민심이 얼마나 극한 상황까지 몰렸을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듯합니다. 보이콧 대위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전 세계에 남겨진 건 명예일까요? 그다지 좋지 않은 일로 이름을 남겼으니 불명예일까요?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단체 행동으로나마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려고 했던 민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보이콧'이라는 세 글자에 담긴 무게가 새삼 새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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