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 로딩' 방식은 핵무기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및 반출 등 북한의 핵심적인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 어려운 것부터 하면서 당근책으로 제재 완화 또는 해제, 관계정상화 등 체제안전 보장조치를 제공하는 식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이수형 대외전략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비가역성 기준으로, 20% 비핵화를 제시한 것은 '핵심적 핵능력'을 제거하는 방식의 초기 조치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프런트 로딩'이 충족되면 제재 완화 또는 해제, 체제안전 보장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사가 함축된 표현"이라며 "합의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향후 이어질 북·미 간 후속협상에서 상당량의 핵무기와 핵물질, ICBM 폐기나 반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기동 전략연 부원장도 "미국 입장에서 '프런트 로딩'은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북·미 간 후속 협의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부 핵무기와 ICBM의 폐기 및 반출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과거 9·19공동성명과 구분되는 트럼프 모델의 핵심은 프로세스를 빨리 진행하겠다는 '속도'와 불능화·폐기에 방점을 두고 역순으로 가는 '프런트 로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비핵화 프로세스가 '중단-사찰-불능화·폐기' 순으로 진행됐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찰은 뒤로 미루고 '불능화·폐기'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기동 부원장은 "기존 모델은 선이후난(先易後難·쉬운 것부터 하고 어려운 것을 나중에 함)이지만, 현재 미국이 하고자하는 것은 선난후이(先難後易·어려운 것부터 하고 쉬운 것을 나중에 함)"라고 설명했다.
초기 단계엔 북한의 신고와 미국의 정보력을 토대로 무기현황에 대한 타협안을 만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등은 신뢰구축 이후 추진하는 안이 거론된다.
공동성명에 CVID에 대한 언급이 빠지고 '완전한 비핵화'가 언급된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빠른 비핵화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한 것"이라며 "비결정의 결정이란 정치적 타협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직전까지 강조한 CVID를 내려놓고 '프런트 로딩'을 선택한 데는 자국내 정치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프런트 로딩의 세부적인 조치까지 거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고 의회도 설득해야 하는 만큼, 북한의 핵 능력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는 '프런트 로딩'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를 명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내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CVID'라는 ‘생각의 틀(프레임)’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19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김정은 시대 키워드는 이제 더 이상 핵이 아니다"며 "북한을 읽는 독해법과 비핵화를 위한 해법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비핵화는 남한과 미국, 국제사회와 한 약속이기 이전에 인민과 한 약속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또 "합의문에 CVID라는 활자가 없는 것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2002년 미국이 북한을 굴복시키려 만든 프레임에서 허덕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말하는 CVID는 그때의 것이 아니다. 결이 다르다"며 "트럼프는 20%가 CVID라고 했는데, '앙꼬 없는 찐빵'을 만들면 된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CVID 유무로 정상회담 성패를 판단하는 기자들에게 "비핵화를 20% 진행한다면 이때부터는 '불가역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로써 CVID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