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통일로 가려면 많은 비용을 쏟아야 한다. 북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우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작지 않다. 통일을 바라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25일 만난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통일비용이 아닌 통합비용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식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비용산정에는 과도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흡수통일보다는 경제통합 가능성이 훨씬 크다. 삼성증권은 이럴 경우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유승민 팀장은 "우리도 방위비와 이념·체제 갈등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북한은 군수산업 비중을 축소해 왜곡된 산업구조를 재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통일비용은 남북 통일 과정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의미한다. 경제통합·체제전환 비용과 남북갈등 해소 비용이 다 들어간다.
이에 비해 통합비용으로 접근하면 비용을 더 합리적으로 따질 수 있다. 남북한이 점진적인 경제통합을 전제로 북한 재건 비용을 책정하고, 경제통합이 가능한 수준까지 남북한 경제 격차를 축소시키는 방식이다.
유 팀장은 "물리적인 충격을 수반하는 통일은 이제 현실적이지 않다"며 "전쟁 위험을 낮추면서 경제통합으로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주변국이 북한을 도와주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행사하지 않은 대일청구권도 주목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은 일본에 강력한 배상책임을 부과했다. 이미 북한을 제외한 피해국 대부분은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았다.
유 팀장은 "북한은 국가로 인정되지 않아 배상을 못 받았다"며 "과거 북한은 300억~400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100억 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수준을 감안했을 때 북한이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200억 달러 안팎일 것"이라며 "이는 경제 재건을 위한 종잣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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