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발 악재에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마저 밝지 않아, 외국인 자금 이탈 현상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 29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점인 2598.19를 기록한 이후 전날(2357.22)까지 9.27%(240.9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조1212억원, 3조9025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개인만 10조129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환율 탓이 크다. 올 초만 해도 106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1107.4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을 뜻한다. 결국 외국인은 환차손을 우려해 우리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이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 차이가 0.5%포인트로 벌어진 게 원인이다. 미국 기준 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1.75~2.0%로 올랐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은 지난 3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석 달 만이다. 올 들어서는 두 번째 인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과 지난해 3·6·12월, 그리고 올해 3월까지 모두 6차례 금리를 올렸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원‧달러 환율 상승 그리고 신흥국 전반의 금융변동성 확대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원화는 위험자산에 속하는 탓에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오재영 연구원은 "한국은 신흥국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 투자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환율 악재를 희석할 만한 요인을 찾기도 어렵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주요 코스피 상장사 147곳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어난 47조6142억원이다.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이지만, 3개월 전 추정치보다는 2.9% 떨어졌다. 기업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0%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갤럭시S9 판매 부진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등으로 기대치를 밑돌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6% 하락한 14조7000억원으로, 유진투자증권도 3% 내린 15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