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의 정치인으로 불려온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23일 오전 8시 15분께 별세했다. 향년 92세. 이날 김 전 총리는 자택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사망 원인은 노환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측근은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진행하고 조화나 조의금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AFP·dpa 등 주요 통신사들은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 한국 정보기관 창설자 등 정치 이력을 소개했다. 미 AP통신은 '한국의 전 총리이자 정보기관 창설자인 김종필씨가 숨졌다'고 제목으로 기사를 올렸다.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 핵심인물이며 박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중앙정보부를 창설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 전 총리는 부패혐의로 기소된 후 다시 정계에 복귀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시대'라 불리는 한국 정계를 지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권에 도전하지 않았지만 대선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킹메이커'였다고 묘사했다.
일본 NHK는 김 전 총리가 지난 1966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이끈 주역이라고 보도했다. NHK는 1962년 김 전 총리가 중앙정보부장이던 시절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무상을 만나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의 토대가 되는 합의를 마련하고 한·일 의원연맹 초대 회장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김 전 총리에 대해 한·일관계의 통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1976년 한·일의원연맹의 초대 회장에 취임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과 잘 알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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