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조용만 조폐공사 사장 “현금없는 사회, 위기이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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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8-06-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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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변조 방지 기술, 수표·상품권 등 유가증권, 주민등록증·여권·공무원증 등 신분증에 활용

  • 모바일상품권·불리온메달 등 새 먹거리 사업 추진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사진=한국조폐공사 제공]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사진=한국조폐공사 제공]


“회사의 간판을 바꿔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우스개 같지만 언짢은 질문이었다. 조폐공사라는 정체성, 존립을 흔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조 사장은 “왜요? 추천 좀 해주시게요? 저도 좋은 이름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아직까지 조폐공사란 명칭을 대체할 적당한 이름을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조폐란 단어를 빼면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확보할 수 없고, 기관명을 바꾸려면 조폐공사법도 개정해야 하고, 만만치가 않네요”라며 웃었다.

요즘 사람들은 결제할 때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더 선호한다. 현금결제 후 받아야 하는 동전이 귀찮아진 사람도 부지기수다.

월급을 현금으로 받는 것도 아득한 옛말이 됐다. 대출, 계좌이체 등을 할 때도 PC나 휴대폰으로 돈이 오간다.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했다. 동전, 지폐 등 실물화폐를 만들어 수익을 내는 조폐공사에 위기가 온 것이다.

조 사장도 위기라고 했다. 동시에 기회로 봤다.

◆현금 없는 사회, “위기이자 기회”

조폐공사의 특징은 화폐를 제조하는 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화폐를 만들어내는 기술, 화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5만원권 지폐 하나에만 20가지가 넘는 위·변조 방지 기술이 숨어있다.

△보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수 잉크와 용지 △지폐 표면에 오톨도톨한 느낌이 나는 볼록(요판) 인쇄 기술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과 숨은그림 △미세문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위·변조 방지 기술은 수표·상품권 등 유가증권, 주민등록증·여권·공무원증 등 신분증에도 활용된다.

조폐공사는 이 기술을 활용, 국내외 수익사업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조 사장은 “은행권과 주화 등을 만드는 조폐에서 나아가 화폐를 매개로 이뤄지는 거래에 신뢰를 부여해주는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조 화폐, 위조 신분증 등 가짜가 판치는 사회는 곧 신뢰가 깨진 사회다.

기술의 진화로 가상화폐와 같은 가상현실이 구현될수록, 진짜를 보존하는 기술로 믿음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조폐공사는 공공진본성(public authenticity) 인증 사업을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공공진본성이란 공공의 이익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대상물이 위·변조되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이를 증명 또는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구축한 ‘KOMSCO 신뢰 플랫폼’

조 사장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온라인에서도 이 같은 신뢰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봤다.

최근 조폐공사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가, 해킹이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KOMSCO(한국조폐공사) 신뢰플랫폼’ 구축이다.

‘KOMSCO 신뢰플랫폼’은 모바일상에서 신분이나 공공문서가 진짜임을 인증해주고, 지역상품권·모바일상품권 등을 발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지불·인증수단 매체가 종이→카드→IC칩→모바일로 바뀌면서 온라인 정보가 위·변조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 탄생했다.

여기서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내역이 담긴 정보를 한곳에 모으지 않고 분산시키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이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모바일상품권이다.

조폐공사의 모바일상품권에는 특정인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 요소가 들어간다. 바코드와 QR코드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존 상품권과 차별화된다.

조 사장은 “그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자체상품권, 장애인 전용 모바일상품권 등은 특정인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가치가 있다”며 “모바일상품권 외에도 △모바일화폐 △모바일주민등록증 △모바일여권 등으로 플랫폼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폐공사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결제를 중개하고 인증하는 역할로 ‘업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월드컵 기념메달·불리온 메달, 새로운 먹거리

올림픽·월드컵 기념주화와 불리온 메달 사업도 조폐공사의 미래 개척형 사업 중 하나다.

조폐공사는 지난 5월 25일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공식 기념메달’을 선보였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이뤄낸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 기념메달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작된 ‘돔’ 형태의 메달이다. 가운데가 불룩한 모습인 돔 형태의 월드컵 기념메달이 제작된 것은 프랑스·호주·미국에 이어 4번째다.

금·은·동 귀금속을 소재로 제작한 불리온 메달도 조 사장이 주력하는 사업이다.

세계 각국의 조폐기관들은 ΄현금 없는 사회΄에 대비, 자구책으로 불리온 메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조폐국이 불리온 사업으로 거둔 수익은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에 달했고, 캐나다 1조1200억원, 영국 5000억원 수준이다.

조 사장은 “지난 4월 ‘제30차 세계주화책임자회의(MDC)’를 서울에서 열었는데, 세계 42개 조폐기관 및 관련업계 대표단이 참석해 주화 분야 전문기술과 경영관련 정보를 교환했다”며 “우리도 지난해 메달사업을 통해 513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불리온 메달 등 주화제조 기술을 활용한 메달사업을 확대, 글로벌 메달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파도, 550건 넘는 지식재산권으로 넘는다

1967년 설립한 조폐공사 산하 기술연구원은 지금까지 △특허 △실용실안 △디자인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921건을 출원했고, 679건을 등록, 현재 550여건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각종 시험성적서의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복사방해패턴΄ △광학기술과 보안패턴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기기 인식용 보안패턴΄ △정품인증 패키지에 적용되는 ΄엠보싱 잠상기술΄ 등은 ‘가짜’와 ‘짝퉁’ 상품을 없애 투명한 신뢰사회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담배, 의약품 등의 불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유통추적솔루션 △색변환 필름 △특수잉크(안료) △사물인터넷(IoT) 보안모듈 등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사업이다.

◆올해 주목할 만한 사업, ‘브랜드보호 사업’

“매출 488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조 사장이 밝힌 올해 경영 목표다.

지난해 매출 4778억원, 영업이익 88억원으로 사상 최대 성과를 낸 조폐공사는 5년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여기서 조 사장은 ‘브랜드보호 사업’을 대표적인 효자 사업으로 꼽았다. 제품이 진짜임을 증명해주는 브랜드보호 사업은 2016년 사업화에 성공했다.

정품인증 사업은 화폐와 신분증을 넘어 △화장품 상표(라벨) △특수포장용지 △성주참외와 같은 지역특산물 라벨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브랜드보호 사업은 △문서의 임의적 위·변조를 방지하는 복사방해용지 △주유기 조작을 원천 차단하는 보안모듈 △가짜 휘발유 판별용지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된다.

해외 수출품목도 기존 은행권 용지에서 주화·메달·특수잉크·전자주민증·칩셋 등으로 확대한다. 수출국도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조폐공사는 2016년 인도네시아 은행권 용지를 사상 최대인 4606t 규모로 수주, 공급했다.

지난해 7월에는 태국 정부가 실시한 주화 2종(5밧·10밧) 입찰에서 전량인 3억7000만개를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전자주민증 사업을 수주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은 사상 최대인 576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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