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고율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유럽은 물론 일본 자동차 업계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는 각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무역갈등이 향후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EU 자동차에 20% 관세 부과…日 언론 "美 농산물 개방· 투자확대 요구할 것"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EU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장벽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EU에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에 이어 자동차 관세까지 거론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이어 EU와의 무역 갈등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EU는 보복 조치를 예고했지만, 당장 자동차 산업의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EU의 최대 자동차 수출시장이며, 2016년을 기준으로 EU의 자동차 수출액의 25%를 차지한다. 특히 독일과 영국 등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높은 국가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EU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본 자동차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일본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대형 자동차 제조사 6곳이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그중 절반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30%는 일본에서, 20%는 캐나다 등에서 생산되고 있다. 점유율이 높은 만큼 관세 인상의 타깃이 될 확률도 높다고 일본 언론은 지적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단체인 일본자동차공업회의 회장이자 도요타 자동차 사장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입장 발표에 대해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입을 것이며 미국의 경제와 고용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국이 농산물 시장 개방,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로서는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가격 인상이나,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방법 등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무역갈등에 떠는 세계 기업들…올들어 다우지수 출렁거림 빈번
무역전쟁 고조에 따라 투자자들과 기업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가 하룻동안 1% 이상의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35차례나 된다. 그중 12번은 무역 갈등과 관련된 이슈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CNBC는 지적했다. 주식시장 하락으로 다우존스 지수에서만 7000억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기업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CNBC가 글로벌 CFO(최고재무책임자) 위원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가 넘는 회사들은 무역갈등으로 부정적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CFO 위원회는 시총 4조 5000억 달러가 넘는 공공·민간 기업들로 이뤄진 단체이며 회원사는 103개에 달한다. 이번 설문에는 북미 기업20곳, 유럽, 중동, 아프리카 기업 17곳,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6곳이 참여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무려 35%가 가장 큰 외부 위험 요소로 무역갈등을 꼽았다. 이는 1분기의 27%에서 크게 상승한 것이다. 65%에 달하는 북미 기업들은 미국의 무역 정책이 향후 6개월 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특히 20%는 미치는 영향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아태지역 기업들 중 66%도 무역갈등이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북미 지역 기업의 CFO들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의 혜택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았으나, 40%는 무역 갈등이 감세의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고 CN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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