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상의 회장 "남북경협 위해 민관협의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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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8-06-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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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경협 콘퍼런스'서 제안···"차분하게 경협추진 여건 조성해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열린 '남북경협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차분하고 질서 있는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남북민관 협의체'가 필요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6일 남대문 상의회관에서 열린 '남북경협 콘퍼런스'에서 "남북민관 협의체를 통해 표준과 프로토콜, 기업제도 등 이질적인 경제기반의 통일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콘퍼런스에서 확인된 북한변화의 긍정적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며 일부에서 다소 성급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대를 현실로 만들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충분한 정보와 판단 없이 경쟁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옳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대북제재 해제 전까지는 차분하고 질서 있는 경협추진여건을 조성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섣부른 경협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개논의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며, 남북경협이 가능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기업은 북한의 내수시장 진출도 바로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과세나 행정허가, 부동산점유 등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행정 프로세스가 정착되기까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UN(국제연합) 제재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앞서 전향적 조치를 하게 되면 국제적 합의를 깨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기업들은 대북제재와 경협 가능시점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경협을 위해서는 주요 비핵화 조치가 달성되고 제재가 해제되기까지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지만, 기업들은 북미 간에 합의하면 어차피 풀릴 제재이므로 지금부터 진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경협은 지금 시점에서 가능한 사업을 인지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일단 정부 포지션을 참고해 산림, 철도복원 등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정부 주도의 인프라 프로젝트 위주로 준비하고 향후에는 대북제재 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남북 간 협의 하에 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협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김영희 산업은행 팀장은 "북한의 협상 자세에서 과거와는 다른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이미 협상이 시작된 시점에서 북한이 과거처럼 보상만 얻으려고 한다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과거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기 KIET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명시적으로 개혁개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경제관리체계는 시장 친화적으로 개편 중"이라며 "계획의 수립과 수행 및 평가, 가격 책정과 판매, 소득분배 등에서 기업 자율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는 지난 3월 상의가 개최한 '남북관계 전망 콘퍼런스'에 이어 남북경협의 방향성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다. 이 자리에는 35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등 최근 남북관계와 경제협력 전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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