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뺨을 맞으면 펀치로 되돌려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강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에서는 중국이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응전할 준비가 돼 있는지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위안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등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다.
◆ "중국이 오판했다, 전략 수정해야···" 높아지는 회의론
회의론은 중국 경제전문가, 심지어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한 재정관료는 중국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장기전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데 대해 '오판'을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비관론자로 유명한 가오산원(高善文) 안신증권 수석 경제학자도 앞서 10일 '중·미 무역마찰에 숨겨진 우려'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 국내 관료들의 공개발언을 살펴보면 무역전쟁에 대해 거의 심리 준비가 안 돼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경제관료나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중국과 무역전쟁 계획에 대해 이미 기본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위즈(餘智) 상하이재경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중국이 총체적으로 전략적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중국이 과거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전략을 버리고 서방국과는 다른 '중국모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서방국이 겨루는 모습"이라며 "이것에 경각심을 느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미·중간 갈등은 국가와 국가간 이익이나 리더십 경쟁이 아닌, 세계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창치라이(强起來·강대해지다)'를 외치지만 과연 이에 앞서 과연 푸치라이(富起來·부유해지다)'는 했는지, 중국이 전략적 발전 단계를 제대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지, 또 외교 발전단계에 있어서도 '중국특색 대국외교'라는 적극적 외교노선으로 전략을 수정한 게 타당한지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총체적으로 전략적 방향을 조정을 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을 겨냥한 공세가 장기전으로 이어져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 전면적으로 대립함으로써 '신(新) 냉전'을 초래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런쩌핑(任澤平) 중국 방정증권 수석 경제학자도 지난 5일 한 평론에서 "미·중 무역전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것이 한층 더 고조된다면 금융전쟁, 경제전쟁, 자원전쟁, 지정학적 전쟁으로까지 확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2차세계대전 이후 무역·금융·통화·군사 등 방면에서 장악한 패권으로 중국의 굴기를 억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중국제조 2025' 입에 안 올리는 시진핑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적인 원인을 미·중간 기술패권 다툼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중국의 미래 첨단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가 미·중 무역전쟁을 일으킨 도화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중국제조 2025'는 차세대 정보통신(IT) 기술, 우주항공, 로봇 등 10대 핵심 신흥산업을 적극 육성해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강국으로 도약하는 게 골자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공세도 '기술굴기' 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이 500억 달러어치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한 중국산 제품 대부분은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등 '중국제조 2025'와 연관된 것들이다. 미국은 조만간 중국의 미국 하이테크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 내에선 최근 들어 '중국제조 2025' 선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 기사에서 올 들어 5월까지만 해도 '중국제조 2025'라는 단어가 140차례 넘게 언급됐지만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6월 5일 이후부터는 이 단어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학원, 중국공정원원사 대회에서 저명한 중국 과학자, 엔지니어를 불러놓고 연설했지만 '중국제조 2025'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고도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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