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룹스는 지난 4월 24일 일본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퓨레로(PURERO)'를 설립했다. 글룹스는 퓨레로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유저층을 타깃으로 신작 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은 2012년 365억엔(5200억원)을 들여 글룹스 지분을 100% 인수했다. 글룹스는 피처폰 시절에 다양한 히트작을 배출하면서 일본 시장의 유망 게임사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넥슨에 인수된 후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에 넥슨은 2014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336억엔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글룹스 발목에 잡힌 넥슨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억300만엔(약 385억원)으로 전년대비 83% 감소했고, 62억 7200만엔(약 65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패한 M&A'라는 오명을 얻게 됐음에 불구하고, 넥슨은 글룹스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을 이끌었던 이인 전 대표를 글룹스의 구원투수로 보냈다. 이인 글룹스 COO(최고운영책임자)는 과거 넥슨의 해외 게임 서비스를 주도했던 인물로, 퓨레로 설립에도 적극적인 공을 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넥슨은 향후 글룹스의 흥행을 발판삼아 일본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 '히트(HIT)'와 '오버히트'와 연계된 다양한 마케팅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미 넥슨은 일본 지역 공략을 위해 별도 개발 조직과 운영 인력 등을 구성하고, 게임 내 시나리오 및 캐릭터 등 다양한 콘텐츠의 현지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룹스의 재기는) '해외 개발사 인수 실패'라는 넥슨의 주홍글씨를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국산 게임의 험지라고 알려진 일본에서 넥슨 기업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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