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밴수수료 정률화 앞두고 카드 수수료 상한선 2.5%→2.3%로 하향

금융위원회가 내달부터 밴수수료를 정률화한다. 급격한 수수료율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 상한은 기존 2.5%에서 2.3%로 하향키로 했다.

26일 금융위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밴 수수료 체계 개편 세부 방안 및 카드 이용관련 국민 불편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최종구 위원장은 "그동안 업계와 당국이 실무적으로 준비해왔던 밴 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이 7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이번 조치로 편의점, 슈퍼마켓, 제과점, 약국 등 빈번한 소액결제로 상대적 수수료 부담이 컸던 골목상권의 부담이 경감되고 가맹점간 수수료 격차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사가 자금을 빌려오는 조달비용, 카드 마케팅 비용, 일반 관리 비용, 밴 수수료 비용 등을 포함해 책정된다.

그 중 밴 수수료 비용은 카드 결제 시 승인·매입 업무를 처리하는 밴 사가 카드사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카드사는 그동안 해당 비용을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에 반영할 때 결제 금액과 관계 없이 결제 건당 일정 금액을 적용하는 정액제를 택해왔다. 만약 밴 수수료가 건당 100원이라면 결제 금액이 1만원이든 100만원이든 동일하게 100원이 부과되는 것이다.

때문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처럼 소액 결제가 많은 가맹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이 책정돼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지난 1월 정부는 카드 수수료율 원가 항목인 밴 수수료 산정 방식을 정률제로 개편키로 했다. 결제 건별이 아니라 결제 금액에 비례해 부과하는 방식이다.

적용 시점은 영세·중소가맹점 재선정 시점에 맞춘 내달 31일이다. 원가 이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 및 특수가맹점을 제외한 일반 가맹점이 대상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른 추가 조치도 발표했다. 정률제로 바뀌면서 급격하게 수수료율이 오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밴 수수료 단가 하락 추세를 선제적으로 반영키로 한 것이다. 때문에 기존 수수료 상한을 2.5%에서 2.3%로 0.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정률제 적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거액결제 가맹점의 급격한 부담 증가를 막고, 동시에 여전히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수수료 부담도 낮춰준다는 설명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카드사 CEO들에게 "카드 수수료 상한 인하를 결단해주어 소상공인들의 경영 애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카드 업계 신뢰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 결정에 대해 금융민주화 및 금융공공성 쟁취를 위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이하 금투본)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투본은 "수수료율 재산정을 위한 관계기관 TFT가 가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밴수수료 산정체계, 카드수수료 상한선 인하 등을 미리 확정지었다"면서 "카드업계가 자율로 운영 중인 수수료 상한을 금융위가 어떻게 강제로 인하시킬 수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한선 전체를 낮추어버리면 유흥업소 등 사행산업에 책정된 상한선도 낮춰지는 폐해가 발생하므로 불평등한 수수료를 평등하게 바꾸는 것이 해결방안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날 발표가 일방적인 금융위 결정이냐는 질문에 "카드사 CEO들의 협조가 있었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