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가 ‘1%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한국이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무너뜨렸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최대 이변이다. 16강 진출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뜨거운 감동을 안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과 마지막 3차전에서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승리를 따내며 승점 3점(1승2패‧골득실 0)을 획득해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전패 탈락을 면했다. 특히 상대가 독일이라는 점에서 이날 승리는 승점 3점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반면 독일은 우승국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졸전 끝에 완패했다. 독일은 조별리그 1승2패(승점 3점‧골득실 -2)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독일은 한국에 밀린 조 최하위로 짐을 싸게 됐다. 독일은 이탈리아(2010년), 스페인(2014년)에 이어 3회 연속 지난 대회 우승국이 조기 탈락하는 징크스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은 독일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고도 16강 진출의 기적은 아쉽게 물거품이 됐다. 스웨덴(2승1패·골득실 +3)이 멕시코(2승1패·골득실 -1)를 3-0으로 완파하며 조 1위로 올라서 멕시코를 2위로 밀어내고 동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을 상대로 4-4-2 전술을 꺼내들었다. 한국은 손흥민과 구자철이 ‘투톱’으로 나섰고,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한 기성용의 공백을 장현수에게 맡겼다. 주장 완정은 손흥민이 찼다. 좌우 공격은 이재성과 문성민이 맡았다. 또 중앙 수비는 김영권과 윤영선이 책임졌고, 좌우 풀백은 홍철과 이용이 나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독일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몸을 던졌다. 주심의 휘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경고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계 최강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한 태극전사들의 강한 투지였다.
독일은 마음만 급할 뿐 한국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공간을 찾지 못하고 의미 없는 크로스로 일관했다. 중앙 수비수 김영권은 전차군단의 전진을 막은 철벽이었고, 골키퍼 조현우는 수차례 선방으로 완벽하게 골문을 지켰다.
한국은 전반 18분 페널티아크 전방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정우영이 무회전 슈팅으로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간담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독일의 공격을 막아낸 한국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들어 한국은 독일의 공세를 막아내며 역습을 노렸다. 독일의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 결정적인 기회를 수차례 만들었다.
독일의 골문을 두들긴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드디어 골문을 열었다. 후반 48분 손흥민의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 수비수의 발을 맞고 흐른 볼을 김영권이 강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으나 VAR(비디오 판독)을 통해 득점으로 인정됐다.
독일은 골키퍼 노이어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총공세를 펼쳤다. 한국은 이 틈을 타 역습을 시도해 후반 51분 손흥민이 비어 있는 골문에 가볍게 공을 밀어 넣어 쐐기 추가골을 꽂았다. 이번 대회 대이변의 마침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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