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기재부, 부처 주도권 다툼에 규제개혁도 갇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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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8-06-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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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대통령 규제혁신점검회의 전격 취소 이유 놓고 설왕설래

  • 정부 내에선 규제혁신 주무부처인 총리실과 혁신성장 속도 높이는 기재부간 신경전 주목

  • 일부 핵심규제안 놓고 총리실로 업무 이관 얘기 나오면서 주도권 쟁탈전 우려 높아져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규제개혁위원에게 위촉장을 주기 위해 의전행사실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 마련에 핵심 열쇠로 지목된 규제혁신과 관련,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다. 핵심규제 선정과정에서 일부 규제안건 이관 여부를 놓고, 양 부처 간 이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핵심업무를 선점하려는 부처 간 신경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이번 회의는 신산업 및 선도사업 분야 규제혁신, 핵심규제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계획됐다. 당·정·청은 물론, 경제단체, 민간분야까지 총출동하는 매머드급 회의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 부처에서 마련한 규제혁신안이, 민간의 눈높이에서 볼 때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전격적으로 점검회의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28일 열린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기존 사전 보고가 규제혁신 결과보다, 계획에 치우쳐 있다"며 "관계부처는 규제혁신과 관련, 결과를 더 많이 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규제혁신안 문제보다, 총리실과 기재부 간 규제혁신에 대한 업무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견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혁신성장 정책추진에 속도를 높이는 기재부의 핵심규제안 가운데 일부가, 총리실이 그동안 진행해온 규제안과 겹친 부분이 있다"며 "이에 대해 총리실이 일부 겹치는 규제안을 기재부로부터 이관받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상호 이견이 생겼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기재부는 현 정부 들어 혁신성장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규제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지시로 신설된 혁신성장본부도 지난 20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기재부는 혁신성장 정책 가운데에서도 핵심규제 선정을 우선순위에 뒀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분발해 주시고, 규제혁파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어, 기재부가 규제혁신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진한 성과를 보완하는 정책이 혁신성장이다 보니, 기재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이렇다 보니 규제혁신 업무에 대한 총리실과의 이견이 기재부로서도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총리실과 규제혁신 업무에 대해 톱니바퀴처럼 맞춰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업무 협업이 다소 껄끄럽다는 점을 인정했다.

총리실 역시 못마땅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총리실이 규제관련 주무부처인 만큼, 기재부의 속도감 있는 규제혁신 추진으로 기존 업무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초 김동연 부총리의 지시로 기재부가 방안을 마련중인 규제혁신 공론화 플랫폼 등에 대해서도, 총리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총리실과 기재부 내부 사정에 밝은 정부 산하기관 연구원은 “공론화 플랫폼의 경우, 기존에 진행하던 방식이 아니어서, 총리실은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분위기였다”며 “기재부는 당장이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의견이 달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규제혁신 담당자는 "기재부 역시 다른 부처와 같이 규제의 한편을 맡아줘야 할 것”이라면서도 “컨트롤타워 얘기가 거론되는데, 옥상옥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핵심규제안을 기재부가 총괄한다는 것도 아니고, 업무를 가져온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속도를 높여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을 찾자는 의미에서 끊임없이 협력하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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