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최대 미국 채권국이다. 미국이 재정을 운용하기 위해 국제 채권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하며 낸 빚 가운데 중국에서 빌린 돈이 가장 많다는 말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1800억 달러어치에 이른다. 호주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결국 미국 국채는 중국에 '볼모'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하면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역풍이 불가피하다.
국채를 비롯한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비롯한 시중 금리의 기준이 된다.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가 미국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이를 무기로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까지 미국 국채시장 분위기는 잠잠하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4월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돌파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2%대로 다시 떨어졌다.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 조짐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가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해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분 가운데 일부를 투매하면 남은 물량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국채의 가격 하락은 미국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와 주식 등 다른 달러 자산의 가치도 떨어뜨린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505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하고, 1300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문제삼는 이유다. 중국이 미국 국채로 이 나라를 압박하면 더 큰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미·중 무역에서 잃을 게 더 많은 건 결국 중국이다.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는 위안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면서 손에 넣은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위안화 평가절상을 막을 수 있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산 제품의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해 달러 값이 떨어지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브래드 셋서 미국 외교협회(CFR)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자산을 팔고 위안화를 들이는 것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미국의 수출품을 더 싸게 만들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무역문제를 가중시키고, 미국의 무역문제 해결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