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추진하는 '보편요금제'가 이동통신 사업자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공급 생태계'에 치명적인 교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편요금제를 강제하는 것보다 이통사업자 간 지속가능한 요금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율적 통신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9일 본지와 박대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실 공동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2018 아주경제 IT입법포럼'에서 강연자 및 패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와 이동통신사 간 신뢰 회복과 협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요금 경쟁이 이뤄지는 통신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통신시장 경쟁체제 초기에는 가격인하를 중점에 둔 통신요금 정책이 유효경쟁 환경을 조성해 실질적인 요금인하 효과를 이뤄냈다"면서 "다만 통신시장 경쟁이 무르익은 현 시점에선 정책 방향의 합리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영수 과장은 "특히 이동통신사들이 경쟁하는 부분은 주로 고가요금 구간에 집중돼 있다"며 "3만원대 저가요금제와 6만원대 요금제의 가격 차이는 두 배인데 데이터 제공량은 500배로, 이런 이용자 차별을 해소해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자는 것이 보편요금제 도입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선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면서 업계 의견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준모 연세대학과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 1년간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이해당사자 간 의견 검토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보편요금제가 국민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증거,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장애인 및 고령자 등 취약계층 요금감면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성과로 꼽히고 있는데, 그 수요와 보편요금제 수요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재원은 정부가 아닌 통신사와 통신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신상진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위원회 위원장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관련 업계 종사자, 일반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보편요금제 도입과 요금 규제 개편 방향'을 발표했으며,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의 진행으로 전영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 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상근부회장,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김광현 아주뉴스코퍼레이션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보편요금제 도입은 정부와 민간,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입법화 과정에서 추가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상진 의원은 축사에서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통해 국민들의 가계통신비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로 인해 전체 통신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검토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과기정통부가 지난달 21일 보편요금제 법안을 제출하면서 공이 국회로 넘어온 가운데, 올바른 입법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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