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정리는 끝났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기성용(29)이 뉴캐슬 이적 소식과 함께 A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끝으로 지난 10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9일 귀국했으나 기성용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영국을 거쳐 이틀 늦게 한국 땅을 밟았다.
기성용은 귀국 후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에서 아쉬움도 남고 좋은 기억도 있다”며 “지난 4년 동안 고생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선수들이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경기를 치렀다. 앞으로 4년이 헛되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2패로 아쉽게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지난 대회 우승국이자 세계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완파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유종의 미를 거뒀다. 기성용은 멕시코와 2차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해 독일전은 결장했다.
기성용이 월드컵을 마친 뒤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이적 문제 때문이었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와 계약이 만료됐다. 이후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기성용은 이탈리아 AC밀란과 웨스트햄, 에버턴 등을 뿌리치고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선택했다.
뉴캐슬은 지난달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뉴캐슬이 한국 대표팀의 캡틴 기성용과 계약했다”며 “기성용은 스완지와 계약이 만료되는 7월 1일부터 뉴캐슬에 합류한다. 계약기간은 2년”이라고 기성용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기성용은 뉴캐슬 이적에 대해 “영국에서 역사가 깊은 팀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팀들 중에 팬층이나 야망이 가장 컸다”며 “내 축구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유럽 도전이 될 선택이다. 지금까지 뛴 팀들 중 가장 빅클럽이다. 감독님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분이다. 배울 점이 많은 클럽이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성용은 또 다른 소식도 전했다. A대표팀 은퇴 시사다. 기성용은 “그동안 유럽에 진출해 팀을 결정할 때 대표팀 신경을 많이 썼다. 경기에 많이 뛰기 위해 그런 팀들을 찾았었다”면서 “이젠 월드컵이 끝났기 때문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성용은 대표팀 은퇴와 관련해 “마음은 정리가 됐는데, 아직 확실히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뒤 “지난 4년 동안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책임감이 크다. 한국 축구가 많은 비난과 비판을 받으며 나 자신도 어려웠다.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런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클럽에 집중해야 하는지 대표팀에 집중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정리는 끝났다”고 말했다.
다만 기성용은 대표팀 은퇴를 공식 발표하진 않았다. 대신 그동안 주장을 맡아 힘들었던 심경을 고백했다. 기성용은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 아직 ‘은퇴를 하겠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제 입으로 말하겠다”며 “한국 축구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내가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대표팀에서 감독 교체가 자주 일어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특히 주장을 맡으면서 짊어졌던 짐들 때문에 힘들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전했다.
기성용은 이번 월드컵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뛴 후배들에게 감사의 뜻도 내비쳤다. 기성용은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 경기에 뛴 선수와 벤치에서 준비한 선수들 모두 자랑스럽다”며 “대표팀에 대한 비난과 어려움이 많았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해줘서 고맙다. 주장으로서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고맙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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