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하는 원자력발전소 예비사업자에 입찰 5개국이 모두 선정됨에 따라 최종 사업자가 되기 위한 무한경쟁이 예고됐다.
국가마다 각각의 장점을 내세워 총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최종 수주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은 미국의 이란 핵협상 탈퇴 등 중동의 외교·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단순히 기술이 좋다거나 자본이 많다고 해서 따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한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한국(한국전력)을 비롯해 △미국(웨스팅하우스) △러시아(로사톰) △중국(중국광핵집단) △프랑스(프랑스전력공사) 등 5개국이다.
당초 한국을 포함한 2~3개국만이 예비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우디는 5개국의 경쟁 유도를 위해 모두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5개국 모두 후보에 올려둘 만큼 각각의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우디와 유사한 사막환경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바라카 원전을 계획된 일정과 예산에 맞춰, 성공적으로 건설한 경험이 플러스 요인이다.
우리 정부는 UAE 바라카원전 수출을 계기로 중동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정부도 사우디 원전 수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월 사우디 방문 이후 "바라카 원전을 건설할 때 처음 설계에서 8100번의 설계 변경이 있었다. 사막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이겨냈는데, 어떤 기업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여기에 사우디의 장관이 매혹됐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예비사업자 5개국 중 원전 건설 관련 협정을 맺은 국가는 한국뿐이다. 한국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우디 국왕과 2조원대 규모의 스마트원전 수출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허용'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놨다. 미국 원자력법에 따라 미국 원전 수입국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포기해야 하는데, 이란처럼 핵보유국이 되길 바라는 사우디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원전을 수주하는 경우에도 사우디는 미국의 통제없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살만 사우디 국왕을 모스크바로 초청, 원전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사우디 국왕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국 방문 때마다 원전 수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40%를 짓고 있다.
프랑스 역시 해외에서 다수 원전을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종사업자에 선정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독일의 탈원전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뒤 프랑스 원전 기술력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각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 우리 정부는 앞으로 5개국의 전략적 제휴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에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국내에 원전을 지으면서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을 습득했고, UAE 원전 수주도 웨스팅하우스와 함께하는 등 오랜 협력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원자로 AP1000을 일부 도입했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고려하면 둘의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도 각자 다른 원전 노형을 채택하고 있어 제휴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예비사업자 선정이 사우디의 협상 레버리지 극대화 차원의 조치로 평가되는 만큼, 본 입찰 과정에서 각국의 합종연횡 가능성에도 면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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