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개설 직전에 일이 몰릴 경우 야근이 불가피하고, 다른 인력을 투입하게 되면 업무 연속성을 저하시킬텐데 걱정이네요."(SI업체 개발팀 관계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포털·게임·SI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혼선을 빚고 있다. 사뭇 달라진 출근 분위기에 일부 기대감이 반영되는 반면, 모호한 근로시간 단축 기준에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일부터 인트라넷에 출·퇴근 시각을 신고하는 버튼을 설치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면서 직원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서 월간 평균 주당 40시간을 근무하게 된다. 카카오도 출근 시간대를 기존 오전 9~10시에서 오전 8~11시로 늘리고,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해서 하루 8시간 근무를 채우는 구조를 도입했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 '3N'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웹젠은 하루 8시간을 원칙으로 '자율출근제'를 도입했으며, NHN엔터테인먼트는 근무시간을 자율 조절하는 '뉴퍼플타임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놀금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SDS는 임직원들이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스스로 정하는 '자율출근제'를 시작했으며, SK㈜ C&C는 한 달 단위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운영에 들어갔다. LG CNS도 팀이나 프로젝트의 업무에 따라서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주요 ICT 업계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들어가면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직원들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운동과 여행 등 개인적인 취미 활동을 비롯해 육아와 가사 등 향후 개선될 근무여건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야근이 잦은 산업 특성상 근무시간을 획일적인 틀에 맞춰 나가면서 인력 운용은 물론, 생산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또 회식 시간을 비롯해 거래처와의 점심 약속, 해외 출장 등 수많은 사례에서 근로시간 규정이 모호해 회사 운영에 혼란을 주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300인 이상 3627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을 미리 준비한 기업은 59%에 불과했다. 40%가량의 기업이 아직 준비가 춘분하지 않은 것. 300인 이상의 대기업들도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재원이 부족한 중소개발사와 SW, SI 업종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6개월간 유예 방침을 뒀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기업들이 각종 편법을 사용해 근무 위법을 펼친다면 그 취지마저도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