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축구대회 16강전에서 벨기에가 일본을 상대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긴박했던 경기 내용만큼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의 입도 바삐 움직였다.
벨기에는 3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0-2로 뒤지다 후반전에 3골을 몰아넣었다. 마지막 골은 교체 출전한 나세르 샤들리 선수의 왼발에서 나왔다. 후반 추가 시간 끝자락에서 터진 버저비터 골이었다.
한 해설위원은 잘 뛰던 드리에스 메르텐스 선수 대신 교체 투입된 샤들리 선수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해결사 노릇을 해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샤들리! 감사합니다. 너무 잘못했어요. 왜 교체 투입됐냐고 말했는데 사과합니다"라고 말했고, 그 목소리가 전파를 탔다.
한 해설위원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그는 여전히 축덕(축구 팬)에게 축구 백과사전으로 평가받는다. 축구 역사와 전술, 선수 기량을 아는 것은 기본이다. 선수 사생활, 구단주와 구단주 지인까지 파악해 카메라가 축구장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세세하면서도 장황하게 알려주는 해설로 유명하다.
그가 걸어온 길은 독특하다. 대학교에서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매사추세츠 대학교에서 과학철학 박사 과정을 밟다가 축구 때문에 중퇴했다. 축구광이던 그는 미국에서 남미와 유럽 축구 중계를 보면서 전문가로 거듭났고, MBC ESPN 해설 제의까지 받게 됐다.
한 해설위원은 해설에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유형이지만, 이날만큼은 편파 해설 논란에 휩싸였다. 누리꾼은 "한·일전도 아니고 뭘 그렇게까지 편파중계하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샤들리의 역전 골에 '감사하다'고까지 말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반면, "괜히 트집잡지 마라", "극장골을 넣어서 그에게 감사하다고 한 걸 예민하게 구느냐" 등의 반응을 보인 누리꾼도 있었다.
한 해설위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연장전까지 가는 중계를 하면 모든 스태프가 현지 시간으로 자정 넘어서 퇴근을 해야 한다"며 "연장을 안 간다는 것만으로 본능적으로 그런 얘기가 나왔다. 순간적으로 제 본능을 숨길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패한 팀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터넷은 편파 해설 논란으로 한바탕 시끄럽다. 티끌을 가지고 소란 떤다고 생각하는 이도 분명 있다. 하지만, 티끌을 가지고도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의견을 나눌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