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를 의도적으로 용인한다는 의혹을 사던 중국 통화 당국이 공개적으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신경보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역내외 위안화의 달러당 환율이 장 초반 6.7위안을 넘어서는 등 가치가 급락했지만 오후 들어 반등하며 낙폭을 줄였다. 이에 4일 달러당 기준환율은 6.6695위안으로 고시됐다.
위안화 급락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었던 것은 인민은행이 잇따라 목소리를 내며 '환율 방어'가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인민은행 부총재인 판궁성(潘功勝) 국가외환관리국 국장이다. 판 부총재는 3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국제수지와 해외자금 유동성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상태"라며 "최근 몇 년간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충분한 정책수단을 확보해 합리적 수준에서 위안화 환율의 안정을 유지할 기반과 능력,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이강(易鋼) 인민은행 총재(은행장)가 나섰다. 이 총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온건·중립'의 통화 기조를 유지하고 환율 시장화 개혁에 속도를 올릴 것"이라며 "이미 확보한 다양한 정책 수단과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거시적으로 신중한 정책적 접근을 통해 위안화 환율이 합리·균형적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최근 우려가 증폭된 금융 리스크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최근 중국은 체질 전환과 고도의 질적 성장을 추진 중이며 안정된 국제수지와 자본흐름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인민은행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 배경에는 금융안정발전위원회에서 '안정'을 거듭 강조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효율적인 금융시장 관리·감독을 위해 지난해 등장한 기구로 2기 첫 회의가 류허(劉鶴) 부총리 주재로 3일 열렸다. 지금까지의 금융 레버리지 축소 등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앞으로도 리스크 해소와 예방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장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 6.7위안 안팎까지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위안화 가치가 3% 이상 크게 절하됐음에도 인민은행이 나서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올 초 달러 약세에 위안화가 가파르게 강세 흐름을 보인 만큼 어느 정도 조정은 용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위안화가 장중 6.7위안을 넘어서며 '위험신호'를 보내자 결국 인민은행이 입을 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위안화 절하가 인위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렸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다소 절하 지속을 용인한 것은 무역전쟁을 위한 '공격' 카드라기보다는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어' 수단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절하 지속은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위안화 약세의 주요 원인은 달러 강세라고 신경보는 지적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의 6개국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 변화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3월 90을 밑돌더니 최근 94선을 웃도는 수준까지 뛰었다.
왕유신(王有鑫)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약세는 대내외적 변수에 따른 것이나 외부적으로는 달러가 반등해 절상 흐름을 보인 데 따른 영향이 크다"면서 "미국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더해 무역전쟁, 유로존과 일본 경제성장 부진 등이 안전자산 선호 경향을 키우면서 달러로 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무역 흑자규모가 줄어든 것도 위안화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왕 연구원은 "올 1~5월 중국 무역 흑자가 위안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1% 급감했다"면서 "이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워 위안화에 대한 투심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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