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 불안기에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것이 금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과 경제성장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 가격은 주춤했다. 일부에서는 향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특정 통화보다는 금으로 다시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전자산 '금 VS 달러'···금리인상·무역전쟁 추이가 승자 결정할 것
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값은 전일 대비 온스당 11.80달러(0.96%) 상승한 1253.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 가격이 하락하면서 금값이 반등한 것이다. 최근 금 선물 가격은 한때 온스당 1237.32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뉴욕상업거래소 기준으로 금 선물 가격은 4.58%나 떨어졌다.
포렉스닷컴의 애널리스트인 파와드 라자크자다(Fawad Razaqzada)는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달러의 상승으로 금값이 약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면서 달러 가격이 하락하자 금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6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격을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0.4% 하락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340억 달러의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도 다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나날이 악화하는 가운데 금은 그래도 믿을만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값의 반등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 강세가 다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호조를 보이는 경제성장과 금리인상을 등에 업은 달러 상승세가 매서웠기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들이 당분간 통화긴축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달러를 밀어올렸다.
싱가포르의 리서치회사인 스마트카르마(SmartKarma)의 애널리스트인 찰스 스펜서는 "미국의 금리는 지난 1월부터 꾸준히 상승했으며, 최근 3년물 국채의 수익률은 1.92%에 달한다. 확정된 이자가 없는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환정보제공업체인 오안다는 3일 "관세 분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에도 달러 강세에 밀려 금은 안전자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만약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경기침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를 더 크게 흔들 경우 금으로 다시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달러에도 흔들리지 않는 엔···유럽 정치불안에 더 상승
무역전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의 상승도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엔은 주요 10개국 통화에 비해 모두 가격이 상승했으며, 이들 통화에 비해 평균 4.9%가 올랐다. 10개국 중 8개국 통화에 비해 상승세를 보인 달러보다 더 양호한 성적이다. 이들 통화에 비해 달러는 평균 2.9%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호무역, 유럽의 포퓰리즘 확대, 신흥국의 불안이 하반기 엔의 가격을 더 올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은 난민문제 등으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 유로화의 가격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엔은 달러에 비해 1.78%가 올랐다. 미국의 무역전쟁 우려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 기대감보다 크다는 것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의 엔은 지난 2일을 기준으로 달러당 110.91엔에 거래됐다. JP모건의 일본 시장 리서치 헤드인 사사키 토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하반기에 달러에 대한 엔화의 가격은 아마 상승세를 타겠지만, 달러 대 엔화의 환율이 105엔대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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