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42)는 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풍림아이원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 길에 전단지를 대대적으로 붙이고 있는 아줌마들을 목격했다. 통신사 본사 직영점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가입 특별 행사 안내’에 동원된 사람들이다. 전단지를 살펴보니 붉은색으로 최대 60만원을 100% 지급한다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이동통신3사가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가입시 현금을 포함해 최대 60만원 상당의 경품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경품 관행이 케이블TV 업계 등 대체 상품과의 공정 경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과다 경품 경쟁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합의안 도출이 안되고 있다. 공정 경쟁 질서가 깨지는 상황을 손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 LG유플러스, 결합상품 가입시 60만원까지 지급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을 기점으로 전국 단위 대리점에 결합상품 가입자 유치 강화 지시를 내리면서 현금 지급행위를 조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주경제가 4일 확보한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인터넷 특별 행사 안내’에는 이러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안내문은 이통3사가 공동으로 제작한 것이다.
경품 안내에는 인터넷과 집전화, TV 결합시 최대 6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LG유플러스가 6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SK브로드밴드(54만원), KT(50만원) 순이다. 비슷한 시기에 경남 진주 LH3단지 신규 아파트에서도 통신사를 통한 2회선 결합시 현금 48만원을 지급한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결합상품에 대한 경품 가이드라인은 인터넷 19만원, 인터넷+인터넷전화 2개 결합시 22만원, 인터넷+IPTV+인터넷전화 3개 결합시 25만원이 상한선이다.
아파트 주민 B씨는 “소비자 입장에선 손쉽게 목돈이 들어오는데 리베이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주변에서는 약정기간이 끝나면 무조건 바꾼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 경품 규제 개정안 심사 ‘지지부진’…업계 “조속한 법제정 이뤄져야”
케이블TV를 비롯한 방송통신업계에서는 결합상품 현금 지급 행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경품 고시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업자간 공정경쟁을 해치는 현금 경품을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다 경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근거로 지난해 12월 ‘경제적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관한 세부기준 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품 규제가 오히려 이용자 후생을 감소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다. 제정안은 당초 지난달 22일 규제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안건에서 제외돼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의 결합상품 과다경품에 대한 방통위의 제재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도 방통위의 고민을 길어지게 하는 이유다.
결국 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현금 및 과다경품 지급 등 이통사의 차별적 영업행태를 금지해달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정부도 사안의 중대성은 인지하지만, 규개위 심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마땅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경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부분에 대한 부당성의 근거를 마련하고 입증하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규개위 심사도 딜레이되고 있는 건 맞다”고 밝혔다. 이어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면 방통위의 내부절차를 거쳐 고시가 공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