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서 이뤄졌던 전통적 영업·마케팅이 겹겹이 쌓이는 정부 정책에 끝없이 시달리고 있다. ‘얼굴 많이 비치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나올만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됨에 따라 각 제약사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근무시간 대부분을 병·의원 등 의료기관 방문과 미팅으로 보내는 영업직에 대해서는 1일 근무시간을 일률적으로 특정 짓는 ‘간주근로제’가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영업·마케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사실상 오프라인 세미나, 대면 디테일 등 기존까지 해온 여러 영업 활동에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기존 성과를 만회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불법 리베이트가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게 됐다.
이 같은 제약업계 영업에 대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하반기 사회 전반을 흔들었던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이 발효되면서 제약업계도 풍파를 맞았다. 이 법은 의대교수를 포함한 교직원에게 일정금액 이상의 금품, 식사 등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아예 마케팅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사실상 올해부터 의무화된 ‘경제적 이익 지출 보고서’ 작성도 제약업계 영업·마케팅에 큰 화두였다. 이 제도는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 등이 보건의료인에 대해 식사,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시 그 내역이 담긴 관련 장부와 근거자료 등을 의무적으로 작성·보관·제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적잖은 의료진이 제도 시행 후 이른바 ‘기록이 남는다’는 것을 껄끄럽게 여기면서 제약업계 영업은 또다시 고충을 겪어야만 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서는 김영란법에 이어 올해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의무화 제도까지 시행되면서 전통적인 영업·마케팅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면서 “주 52시간 근로제로 제약업계 영업은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약업계 영업·마케팅 방식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의약품 데이터 분석업체 한국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한미약품·대웅제약·동아에스티·종근당·녹십자 등이 웹 광고, 온라인 세미나 등 디지털 채널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발달 등으로 전 세계 제약산업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디지털 채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고, 국내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며 “시장 변화에 맞춰 디지털 등 적합한 채널을 개발·활성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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