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찌민, 하노이, 다낭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는 아파트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특히 수도 하노이와 경제도시 호찌민에서 아파트 판매가 급증했다. 베트남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외국인들의 주거용 아파트 소유를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경제성장과 함께 높아진 국민소득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아파트 시장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 내 수요는 물론 공급도 줄어들면서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베트남 국영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는 4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베트남 통계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수도 하노이 아파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며 아파트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동안 하노이에서는 19개의 부동산 사업이 시행됐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가 줄어든 총 6534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실제 판매된 아파트는 5900가구로 집계됐다.
경제도시로 꼽히는 호찌민의 아파트 수요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1~5월 호찌민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29개의 부동산 사업이 시행됐다. 판매된 아파트는 9200가구로, 지난해보다 44.5%가 급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호찌민 호화아파트 화재사건과 베트남 은행의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가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BRE베트남은 “지난 3월 호찌민의 호화 아파트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한 이후 베트남에서는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오히려 시민들의 부동산 투자 초점이 토지와 주택으로 쏠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3일 호찌민시의 20층짜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28명이 다쳤다. 당시 화재 발생 시간이 주민 대다수가 잠든 늦은 밤이었고, 아파트 내 화재경보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특히 컸다. 이 화재사고로 현지 시민들은 고층 아파트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 등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베트남뉴스(VN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지역행정기관은 최근 토지 이용 권리증서의 조정, 갱신 및 연장 등 토지와 관련된 행정 업무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베트남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현지 은행의 대출 규제가 수요는 물론 공급에도 영향을 줬다.
대부분의 상업은행은 토지·주택 구매 및 주택 수리에 대한 대출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아시아상업은행(ACB)은 고객별로 8.5~10%의 이자율을 적용했고, 동방상업은행(OCB)은 부동산 대출 금리를 첫 12개월 동안 8.99%로 적용하고 이후에는 11.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일부 은행은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대출을 재평가하고 집값의 80~90%가 아닌 70%까지만 대출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비엣콤뱅크(VCB) 관계자는 “베트남이 높은 경제성장률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 완화는 부동산 시장을 한층 뜨겁게 했다. 이로 인해 단기간 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었다. 한국형 아파트 등 고급 부동산의 거품이 심각한 상태로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대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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