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명은 다르지만 알고 보면 가족인 저축은행들이 있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는 정부 규제로 인해 만들어졌다.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들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것도 당국의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머스트삼일저축은행과 삼보저축은행은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소형사 위주로 매물이 더 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업황 전망이 밝지 않은 탓이다. 최고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수익이 쪼그라들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또 모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거나 자금이 필요해서 매물로 나오기도 한다.
앞서 유니온저축은행과 대원저축은행, DH저축은행이 시장에 나왔지만 몇 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DH저축은행의 경우 매각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 갑자기 만들어진 당국의 규제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같은 대주주가 저축은행 3곳 이상을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등 인가기준'을 마련했다. 당시 인수 절차를 밟고 있던 J트러스트그룹은 이미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가 불가능해졌다.
현재 '한 지붕 두 가족'인 저축은행은 J트러스트그룹뿐 아니라 상상인(구 텍셀네트컴)의 상상인(구 공평)·상상인플러스(구 세종)저축은행, 인베스터유나이트의 흥국·오투저축은행, 태광산업의 고려·예가람저축은행 등이 있다.
이들은 법적으로 더 이상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할 정도의 자본 여력을 가진 곳은 대부분 대형사일텐데 법으로 막아 놨다"며 "시장에서 관련 매물들이 소화가 되지 않으면 부실이 커져서 존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기업 입장에서는 동종업계에서 계열사끼리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정해진 지역에서만 영업을 해야 하는 탓에 두 저축은행을 합병할 수도 없다. 당국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아 지역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하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규제를 마련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사실상 저축은행의 몸집 키우기를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사가 많아질수록 부실이 심화되고 그에 따른 충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가 당국에는 강하게 각인돼 있다"며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지 6년이 넘었고, 그 사이 저축은행 업권도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건전성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2011년 25.8%에 달했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5년 말 10.2%, 2016년 말 7.1%, 2017년 말 5.1%로 꾸준히 개선됐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 등으로 저축은행 업황이 나빠지면서 앞으로 1~2년 후면 살아남을 곳과 그렇지 않을 곳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며 "업권 자율적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는 근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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