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신선식품 업체 인수를 추진한다.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를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5일 “현재 인수할 신선식품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SK텔레콤이 지난달 11번가에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내세운 ‘한국형 아마존’ 전략의 시작이다. SK텔레콤은 올해 9월 11번가를 자회사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신선식품과 패션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지난해 6월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업체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약 15조3000억원)에 사들였다. 아마존이 그동안 인수‧합병(M&A)한 기업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그동안 온라인 시장에선 식품의 신선도와 맛 등을 고려해 신선식품보다 가공식품의 판매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일 배송, 포장 기술 발달 등으로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길이 열리면서, 신선식품의 온라인 수요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지난 4월 온라인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209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7% 증가했다. 이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증가한 1432억원이었다.
아마존이 거금을 들여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것은 신선식품이 다른 상품 대비 성장 속도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도 이같은 아마존의 전략에 착안, 신선식품 판매 노하우를 갖춘 업체를 품에 안겠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한국에서는 아마존과 같은 독보적인 사업자가 없어, 1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장”이라며 “11번가는 아마존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2016년 12월 친환경 온라인 신선식품 기업 헬로네이처를 인수했고, 지난달 편의점 CU로 유명한 유통기업 BGF와 헬로네이처를 합작 법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 또한 SK텔레콤이 신선식품 시장에서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SK텔레콤의 신선식품 시장 진출은 AI와 IoT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이 소비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유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일반적인 식품과 달리 조금씩 자주 주문을 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한 번 관계를 맺은 브랜드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한다는 특징이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의 화면으로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에 SK텔레콤은 자사의 AI 스피커 ‘누구(NUGU)’ 이용자들이 음성인식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토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음성 데이터와 구매 내역 데이터 등은 AI 엔진을 고도화하는 양분이 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9월 사내 임원회의에서 “SK텔레콤은 11번가를 통해 미래의 커머스를 선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11번가와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업과 제휴 등을 통해 국내 최고의 커머스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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